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와 잦은 만남으로 한은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만나면 정부의 영향을 받는다? 한은이 정부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왜 안 하냐"고 되물었다. 이른바 'F4(Finance 4)'로 불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의 매주 만남에 대해 '정부 동조화 우려가 있다'는 질의가 나오자 답변한 것이다.
이 총재는 "한은이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계속 얘기하면 정부가 들을 것 아니냐. 저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은의 좋은 보고서가 정부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듣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에 '한은 총재를 만나서 독립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먼저 물어보고 질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되받았다. 이어 "금통위는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에 관해서는 절대량이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라는 비율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3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대치로 증가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 효과가 무력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 등을 들며 "'가계부채가 월 얼마 늘어 큰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절대량이 줄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가계부채의 절대액을 줄이는 정책을 하면 성장률이 둔화하고 금융 불안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한두 달 판단하지 말고, 이번 정부가 끝날 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얼마나 내렸는지 보고 경제팀을 판단해 주면 좋을 것 같다"며 정부에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