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게 불행 중 다행이나, 내년마저 하향 조정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많아 경기 회복을 마냥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OECD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종전(1.5%‧9월)보다 0.1%포인트 낮춘 수치다. OECD는 “고금리와 실질임금 개선 약화, 주택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소비‧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평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눌린 부진한 내수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1.5→1.4%)했고, 산업연구원 역시 1.3%(기존 1.5%)로 낮췄다. 7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성장률 전망치를 각 1.3%, 1.4%로 예측하며, 한 차례 더 끌어내렸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OECD는 내년 한국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지표가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황 회복 기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수출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기존 전망(2.1%)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걸로 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3% 성장 전망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OECD 회원국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의 내년 성장률은 1.0%로 변함이 없고, 독일‧프랑스‧스페인‧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모두 낮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기관들은 내년에도 한국 경제가 마주할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마냥 반기긴 힘들다. IMF는 지난달 중국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은 2.2%로 내다봤다. 노무라·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금리의 하향 안정화와 중국 경제 회복 속도, 반도체 산업의 회복 여부에 따라 내년 성장률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은 불확실한 안갯속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가 긍정적으로 본 반도체 업황 회복 역시 충분하지 않아 내년 성장률은 2%대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