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스타트업도 육아휴직 많이 쓰게 할 '새 인센티브 지표' 만든다

입력
2023.1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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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 문화 중기·벤처에도 자리 잡게
혜택받는 기업 많게… 새 가족친화 지표 개발
중기는 단순하게… 육휴 이후 승진 여부도 평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도 육아휴직, 유연근무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도록, 정부가 기업 지원과 연계된 새로운 평가 지표 개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낮춰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넓히려는 구상이다.

29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생 대응 관련 범부처 차원에서 일·가정 양립 평가 제도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관련법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가족친화기업 인증 제도'의 개편을 염두에 두고, 기재부가 인증 평가 지표를 새로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는 기업 규모·직종별로 기준을 유연하게 차등 적용해 중소기업, 스타트업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평가 모델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을 평가할 때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의 비중을 높이고,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업종은 임신 및 집중육아기 근로시간 조정 등 다른 제도의 평가 비중을 높이거나 대기업보다 평가 방식을 단순화하는 식이다. 또 육아휴직 사용자가 복직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중심의 현 평가 지표… 일·가정 양립 노력하면 중기도 받게

현행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인증 기업에는 세제 혜택, 정부사업 입찰 가점 등의 지원책이 따르는데, 대기업이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은 79개, 중소기업은 234개나 된다.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은 육아휴직, 출산휴가,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자녀 출산·양육·교육 지원 등의 운영 현황을 심사받는다. 그런데 이 기준이 기업 특성을 막론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중소기업, 창업기업 등 소규모 사업장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인증제가 노동시장 구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렇다 보니 제도 혜택이 대기업이나 우량 중견기업에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기준 수혜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87곳으로 전체 대기업의 약 1%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753개로 전체의 0.01% 정도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육아휴직 등을 활성화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2021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 76.6%, 남성 6%로 여성의 '독박 육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일·가정 양립 제도 운영상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저고위 관계자는 "지표를 고도화하고 평가 기준을 다양화해 수혜 기업을 늘리면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육아휴직제, 자칫 경단녀 늘릴라… 보완책도 검토 중

다만 완전히 새로운 인증제도를 만들지, 현 제도를 보완할지는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3분기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명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생 문제가 악화일로인 만큼, 기재부는 제도를 최대한 빨리 개편한다는 목표로 연구용역을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표를 개발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 많은 기업에 더 쉽게 적용할 지표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익이나 매출이 좋지 않아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혜택받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자동육아휴직제'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게 보완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자동육아휴직제는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 신청 없이 곧바로 육아휴직으로 넘어가는 제도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를 강제화할 경우 여성을 아예 안 뽑거나 기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막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