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를 향한 부산의 도전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막을 내렸다. 초반 열세를 접전으로 이끌었다는 윤 대통령과 정부의 자신감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표를 내주며 1차 투표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예측이 빗나갔다"며 고개를 숙였다. 왜 상황을 오판한 것일까.
정부의 전략은 '2차 투표 올인'이었다. 경쟁자 리야드, 로마(이탈리아)에 비해 후발주자인 터라 1차 투표에서 로마를 제치고, 결선에서 로마 표를 흡수해 리야드와 승부를 펼친다면 '이길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근거도 있었다.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움직여 지난 17개월간 182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모두와 대면 접촉했다. 그 결과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60개국'이 부산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차 투표에서 리야드가 3분의 2(182개국 가운데 122개국)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결선 투표로 가는데, 반대로 한국 지지가 60개국을 넘기면 최소 저지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3개국 이상 경쟁했을 경우 1차 투표에서 끝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립서비스로 우군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문서로 한국을 지지한 국가도 상당수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표결 직후 "서면으로 지지를 받은 나라들의 표수보다 나오지 않은 건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표결을 앞둔 시점에 이탈리아와 정상회담을 하고, 대통령과 총리가 총회 직전까지 유럽을 순방하면서 지지를 호소한 건 모두 이 같은 전략과 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물량 공세 앞에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유치위 내부에서는 "어쩌면 1차에서 끝날 수도 있겠다"는 부정적 전망과 함께 "실패했을 경우 국민들에게 설명할 논리를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특히 국부펀드를 앞세운 사우디의 막판 스퍼트는 매서웠다. 경제적 지원을 넘어 '새로운 유형의 지원 약속'까지 등장했다는 후문이다. 사우디가 저개발국에 지원한 금액이 10조 원을 넘는다(유치위 자문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을 지지한 나라가 사우디로부터 뒤로 돈을 받는 걸 알면서도 우리와의 외교 문제 때문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사우디가 한국과 접촉한 BIE 회원국을 따로 관리한다는 말도 나와 불안감은 가중됐다. 정부 관계자는 "그럼에도 2차 투표로 간다면 승부를 걸 만하다고 봤다"면서 "포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예견된 패배'와 '예상치 못한 참패'의 차이는 크다. 여론의 충격이 큰 이유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패인을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는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전 참패에 대한 책임 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에 엑스포유치 전담기구로 만든 미래전략기획관실과 산하 미래정책비서관실은 해체 수순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의 판세 분석을 종합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온 김대기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임이 유력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