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못 하면 40년 뒤 서해 바다 2.6도 더 뜨거워진다

입력
2023.11.29 14:50
기상청, 한반도 해양 기후변화 분석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앞바다 온도가 40년 안에 2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 인해 미래엔 더 강한 태풍이 자주 나타날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가로·세로 8㎞ 격자의 고해상도 해양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반도 주변 해역의 미래 해수면 온도 및 표층염분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기상청은 산업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되는 것을 가정한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를 활용해 해양기후변화를 전망했다. 시나리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도출한 공통사회 경제경로(SSP)를 적용했다.

그 결과 2041~2060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현재(1996~2014년)보다 2.20도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역별로는 서해 중부가 2.86도, 서해 남부가 2.53도 올라 동해(중부 1.97도, 남부 2.02도)와 남해(서부·제주도 2.10도, 동부 1.92도)보다 상승폭이 클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된 지속가능 경제성장을 가정한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를 적용할 경우 해수면 온도 상승폭은 1.44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가까운 미래(2021~2040년)를 봐도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1.11도 상승하는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는 1.05도에 그쳤다. 탄소감축 없는 개발이 지속되면 해수면 온도가 더 크게 상승하는 것이다.

바닷물 염도도 기후변화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한반도 해역 표층염분은 2041~2060년 32.93psu로 예상돼 현재보다 0.17psu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저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차이가 0.14psu로 줄어든다. psu는 액체의 전기 전도도를 활용한 실용 염분 단위로, 1psu는 바닷물 ㎏당 염분이 1g 녹아있다는 의미다.

뜨겁고 싱거워진 바다는 더 많은 기후 재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표층염분이 감소하면 수온 상승을 부추기고, 뜨거워진 바닷물은 태풍에 더 많은 열과 수증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장차 한반도에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해수면 온도 상승은 해양위험기상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대기-해양 상호작용을 통해 육상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감시·예측 등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