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어제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북한의 GP 복원과 중화기 반입 등에 따라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적이 도발하면 '선조치 후보고' 개념에 따라 대응하고 단호히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합의 무력화 조치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을 차근차근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국방부가 구체적인 상응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교한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로 북한은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의 후속조치로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무장화에 나섰다. JSA 내에서 권총을 차고 있는 북한군이 포착됐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는 비무장을 유지하며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북한군은 합의 파기 다음 날인 24일부터 파괴 또는 철수했던 GP에 대한 복원 및 병력투입에 나섰고, 무반동총과 고사총도 반입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는 황해도의 북한군 해안포 문을 여는 사례도 급증했다. 군사합의 유지 당시엔 한두 곳이었으나 10곳 이상 개방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대치 가속화는 필연적으로 충돌 위험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익히 경험했듯이 군사합의 전면 파기로 맞선 북한의 행동으로 볼 때 군사적 모험주의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국지적 형태의 무력 도발 개연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돌과 확산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우리의 치밀하고 절제된 대응이다. 불가피한 상황 전개가 있을 수 있으나 향후 우리 군의 조치가 유엔사의 경우처럼 비례적 대응을 즉각적이고 기계적으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북한군 동향에 대한 입체적 감시 정찰을 면밀히 하는 한편으로 위기 국면으로 치닫지 않도록 남북은 물론이고 중국을 통한 대화 시도를 할 필요가 있겠다. 군사분계선상의 비행감시구역에 대한 효력 정지는 방어 목적인 만큼 우리 정부가 북한의 오판을 막고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만 선제조치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