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이트의 목적성 안 보여... 웹 이점 살려야 디지털화 성공"

입력
2023.1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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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운용 평가

한국일보 웹사이트에서 어떤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편집하고 노출시키는지는 디지털 시대 신문의 지향이자 생존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들은 한국일보 사이트에 대해 '신문 지면을 온라인 공간에 맞게 재편집해 옮겨놓은 정도로 보인다'고 평가해 한국일보가 디지털화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뉴스이용자위원회는 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홈페이지 운용과 온라인 뉴스 유통을 평가했다. 최영재 위원장을 비롯해 외부 위원 7명이 참석했고 해외 출장 중인 최원석 위원은 동영상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외에 한준규 뉴스룸국 뉴스2부문장, 김성환 논설위원이 함께했다.


"종이신문 옮겨놓은 웹사이트 넘어야"

최 위원장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언론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을 인용하며 "신문과 웹사이트에서 읽는 메시지는 다른 것이고 웹은 별개의 미디어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의 이점은 △데이터베이스(DB)화 △실시간 업데이트 △멀티미디어성 △기사 연계·독자 소통 등 상호작용성인데, 이를 살리는 것이 신문 디지털화 성공의 바로미터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도를 예로 들어 "한국일보 사이트는 관련 기사를 모아놓기만 했다. 검색을 해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사진 중심 편집과 스토리텔링 뉴스란 특징이 명확하고, 실시간 뉴스 업데이트와 분석 기사를 별도로 배치하며, 현장 음향이나 동영상을 전하는 멀티미디어형 뉴스를 구현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BBC 또한 '최근 주요 이슈', '전쟁 설명', '휴먼 스토리', '분석', '최신 뉴스' 등으로 구성하고 동영상·DB를 적극 활용해 독자가 보다 잘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웹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잇따랐다. 장민제 위원은 "이용자가 웹을 사용하는 이유는 신문보다 실시간성과 멀티미디어성을 더 잘 구현하기 때문인데 한국일보 사이트는 속보 단독기사 영상 등이 너무 작게 보이거나 너무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짚었다. 장한익 위원은 "중앙일보의 경우 홈페이지 메인 기사의 관련 기사에 동영상 보도가 포함돼 있어 보기 쉬운 반면 한국일보는 영상이 다른 기사들과 잘 연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영준 위원은 "기사를 찾다보면 영상은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를 각각의 미디어에 맞게 별도로 편집하고, 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최 위원은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 문제를 다룬 '하상윤의 '멈칫''(11월 18일 자)의 경우 지면 편집에서 느꼈던 압도적 무게감이 온라인 기사에선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지면에선 조류별 이름도 상세히 볼 수 있었지만 온라인에선 부분 확대를 해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타 언론사의 경우 '온라인 기사로 보기' 단추로 지면과 온라인 페이지를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지 확대·축소, 방향 전환, 색상 변경 등 온라인용 편집에 신경 쓰는 사례를 참고하도록 조언했다.


"홈페이지로 유인할 전용 콘텐츠 필요"


위원들은 온라인 차별성 강화 전략도 제기했는데 그중 하나가 데이터 트래커(Data Tracker) 제작이었다. 언론사가 수집하고 디자인한 데이터 콘텐츠를 별도 웹페이지에 모아 제공하는 것이다. 최 위원은 "각종 통계 정보와 그래픽, 일러스트 등은 인터넷에서 '밈(meme)' 형태로 확산되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기사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했다. 1828년 설립된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Spectator)는 최근 수익의 80%가 유료 구독에서 발생하는데 인플레이션 통계, 이자율 추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구독자가 관심 있을 만한 데이터를 그래픽화한 데이터 트래커가 중점적인 홍보 포인트였다.

장민제 위원은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시간마다 주요 뉴스를 간단하게 요약한 "World in brief", 뉴욕타임스나 경향신문은 퀴즈·퍼즐 같은 엔터테이닝 요소를 제공해 온라인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일보도 매일 독자들이 들어와서 확인할 만한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강화하라"고 조언했다. 홈페이지에 노출되고 있는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그래프는 한국일보의 특화 콘텐츠라 할 수 있으나 "누구나 관심 가질 만한 온라인 콘텐츠"(장민제 위원)라는 평가와 "(신뢰도 낮은) ARS 여론조사보다는 전화면접 방식의 여론조사 데이터만으로 엄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장한익 위원)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다소 복잡한 홈페이지... 선택과 집중을"

한국일보 홈페이지 구성과 디자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깔끔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광고나 선정적 기사가 적은 편이라고 호평받았지만 홈페이지 운용의 목표와 전략이 안 보인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다. 장민제 위원은 "웹사이트는 단순히 온라인 신문이 아니라 자체의 효용을 갖는 독립적 제품이어야 한다. 목적성이 분명하고 그 목적에 맞게 뉴스 콘텐츠가 배치돼야 한다"며 "한국일보는 의도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가 뒤섞여 있어 이용자 입장에선 뭘 해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구독 역시 연재·칼럼·주제·기자·해시태그로 대상이 너무 많고 독점 콘텐츠 같은 구독의 이점 없이 모아보기만으론 효용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중앙일보는 유료 콘텐츠와 멤버십 가입 버튼을 메인에 노출해 확실하게 구독을 유도하고, 경향신문은 뉴스레터와 회원 전용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해 가입과 구독으로 이어지게 한다"며 웹사이트 운영 목표부터 명확히 설정할 것을 권했다.

선택과 집중이 약해 주요 기사가 부각되지 않고 복잡해 보인다는 것은 여러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메인 기사의 사진과 기사 크기를 키워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이아미 위원) "한 화면에 모든 걸 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필요한 것 외엔 과감히 빼야 한다"(조 위원) "이코노미스트나 경향신문 등은 여유롭고 깔끔한 페이지를 운영하고, 미국 블룸버그는 내용은 많아도 헤드라인을 짧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장민제 위원) 등이다.

최 위원은 단독기사나 애써 취재한 기획기사를 부각시키는 선택과 집중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일보에는 수준 높은 기획기사가 많은데 보도한 후엔 목차처럼 모아두기만 한다"면서 "과거의 기획기사를 별도의 랜딩페이지(클릭했을 때 처음 열리는 페이지)로 제작한 USA투데이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USA투데이는 2022년 보도된 기획 'Title IX'(미국 성평등교육법)을 영상·사진·관련기사까지 꼼꼼히 넣어 웹페이지로 제작해 노출시키고 있다.

홈페이지 상단 메뉴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별 메뉴와, 주요뉴스·My구독·탐사 등 주제별 메뉴가 이중으로 있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또 박수진 위원은 오피니언이 분야별 메뉴의 거의 맨 뒤에 위치한 것은 "의견이나 관점에 대한 뉴스 소비가 많아지고 있는 최근 경향,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생각할 때 이에 반하는 것"이라며 우선 배치할 것을 권했다. 연예는 문화의 하위 범주인데도 문화와 별도로 주요 자리에 배치된 것도 중앙 일간지로서의 위상에 비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의제 설정 기능 해야"

뉴스이용자들이 주요 이슈를 쉽게 보고, 관련 기사를 이어 보고, 관심에 따라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홈페이지 구성과 기사 큐레이션 또한 너무 약하다는 평가다. 홈페이지 구성을 크게 보면 '주요뉴스'가 가장 위에 뜨고 '오늘의 Pick(픽)', '포커스 취재', 'Live Issue(라이브 이슈)' 순으로 배치됐는데 범주 명칭부터 한눈에 이해하기 어렵고 기사 선정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의견이었다. 박경미 위원은 "우선 포커스 취재, 오늘의 픽, 라이브 이슈가 어떻게 다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며칠간 지켜보니 포커스 취재가 특정 주제의 연재물이나 집중 취재물이란 것을 알게 됐지만, 포털에서 우연히 한국일보 페이지로 들어온 독자들은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K 스포츠의 추락, J 스포츠의 비상'이 왜 주요 뉴스일까, '진짜 부산이 궁금하면... 해운대·광안리 말고 이곳'이 왜 오늘의 픽이지, 이런 생각이 종종 들 정도로 뉴스 선정의 기준이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주요 뉴스는 한국일보만의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커스 취재나 라이브 이슈에서 '더보기'를 클릭하면 전혀 다른 페이지가 나타나 읽던 기사를 다시 검색해 찾아야 하는 점, 일부 기획기사에 관련 기사 연결 링크가 없어 검색으로 일일이 찾아야 하는 점 등 이용자에게 불친절하고 한국일보 사이트에 오래 머물지 않게 만드는 문제들도 지적됐다. 이아미 위원은 "어떤 기사를 읽어도 '당신이 관심 있을 만한 이슈'에 같은 기사가 뜬다. 이용자 맞춤형 추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 부문장은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려면 사용자 데이터 확보와 패턴 분석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방향으로 가려는 생각은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로그인 콘텐츠 확대 등 데이터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 체육계 전인교육 기획 돋보여"

지난달의 좋은 기사로는 'K 스포츠의 추락, J 스포츠의 비상'(11월 13~17일 자) 기획 보도가 꼽혔다. 한국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과 달리 은퇴 이후까지 내다보고 '삶의 근육'을 교육하는 일본 학교의 체육 교육을 다뤘는데 '일본 야구 명문 “선수생활 30세면 끝, 학업으로 삶의 근육 키워야”'(11월 14일 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사례를 실었다. 최 위원장은 "기사에서 오타니가 인생 계획표라고 한 만다라트 차트는 저도 행복학개론 강의에 활용할 만큼 좋은 정보였다"고 말했다. 60세 이상 유권자가 20, 30대 유권자를 초월한 것에 초점을 맞춘 총선 기획(11월 22일 자)도 호평받았다. 이 위원은 "투표 연령층이 높아진 현상을 '그레이 총선'으로 명명한 것,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 감소 등 예측되는 우려들, 그레이 지역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 등 다각도의 취재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밖에 '소비자 불평에도 유럽은 '플라스틱·일회용품 후퇴' 안 했다..."불편한 게 대수인가”'(11월 10일 자)도 정부의 환경 정책을 특파원이 해외와 비교한 좋은 기사로 평가됐다.

반면 성평등에 반하는 용어들이 기사에서 쓰인 점은 비판을 받았다. ''여제의 귀환' 박지수 부활에 활짝 웃는 KB'(11월 28일 자), '다시 뛰는 태극 낭자들'(7월 26일 자)에 대해 박수진 위원은 "낭자는 과거 처녀를 높여 부른 말로, 남성 선수를 태극 도령이라 부르지 않는데 유독 여성 선수에게만 낭자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2020 도쿄올림픽 때부터 태극 낭자는 전사, 여제는 황제 등으로 남녀 구분 없는 용어를 쓰자는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낭자, 여제 표현이 여전히 등장한다"고 시정할 것을 권했다. 11월 27일 보도된 '게임 홍보영상에 등장한 ‘집게 손’…’남성 혐오’ 논란' 기사도 "기사 내용은 균형적이었으나 여성 혐오의 반대 개념으로 일부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남성 혐오'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점이 아쉽다"(이 위원)는 지적을 받았다. 박경미 위원은 '무슨 일이', '어떤 도움 줬을까' 등 온라인 기사의 낚시성 제목을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송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