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보이스피싱을 몰고 온 걸까. 갤럽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미국인들 중 15%가 ‘최근 1년 내 가족 구성원이 금융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고, 8%는 ‘내가 직접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금융 사기 피해는 ‘개인 정보 도용을 당했다’(16%) ‘재산 파손 피해를 입었다’(16%) ‘현금 등을 도난당했다’(16%)고 답한 비율과 거의 비슷했다. 그만큼 미국인들 사이에 만연한 피해 유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미국 내 스팸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비베리파이드’(BeVerified)도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세청(IRS)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거나 복권 당첨금을 받으려면 일정 금액을 송금해야 한다고 현혹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가 미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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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금융사기꾼들의 타깃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성인(11%)이 대학 졸업자(5%)보다 더 많았고 △연간 총소득이 적은 가족의 구성원이 많은 가구의 구성원보다 더 많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65세 이상(9%)도 많았지만, 18~29세(10%)에서도 상당한 비율로 보이스피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직접 공익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은행과 공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에 나섰다. FTC는 1년새 피해자가 두 배 이상 늘었고 피해 금액도 2022년 3억 3,000만달러(약 4,255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보통 문자를 통해 공공기관을 사칭하고 문자에 응답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방법을 사용한다. FTC는 “사기범들이 문자를 이용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문자 수신에 신속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확산으로 미국인들은 금융 사기를 ‘우려하는 범죄’ 2위에 올렸다. 가장 우려하는 범죄는 개인정보 도용(72%)이었고, 금융 사기(57%), 차량 도난 및 파손(51%), 빈집 털이(44%) 순이었다.
미국인들은 그러나 금융사기 피해를 입고도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개인정보 도용이나 도난, 강도 상해, 재산 피해를 당하면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지만, 금융사기를 당했을 때의 신고율은 3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입더라도 △어디에 신고할지 모르거나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굳이 신고하지 않거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신고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