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기자가 "검찰이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7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대선개입 허위보도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인터넷매체 리포액트의 허재현 기자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부의 여부를 심의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 올리지 않기로 의결했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계속 수사 및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 수사팀에 권고하는 기구다. 부의심의위원회는 특정 사건을 이 수사심의위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부의심의위에는 서울고검 내 검찰시민위원 풀(pool)에서 무작위 선정된 회사원·교사·간호사 등 시민 15명이 참여했다. 허 기자 측과 검찰 측이 낸 서면의견서 등을 토대로 비공개 논의를 진행한 뒤, 비밀투표를 거쳐 허 기자의 신청을 부결했다.
허 기자는 지난 대선을 목전에 두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던 최재경 전 검사장과 부산저축은행 관계자 이모씨 사이 대화 녹취를 입수했다"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녹취록 속 인물은 최 전 검사장이 아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관 최모씨라는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수사가 시작되자 허 기자는 "명예훼손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그리고 이들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허 기자는 13일 "윤석열 검증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요구한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과의 관련성이 있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부패범죄인 대장동 사건 진행 과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가짜 뉴스를 만든 혐의를 확인해 정당하게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허 기자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8일 오전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부의심의위가 열린 뒤 결과에 상관없이 소환에 응하겠다"며 두 차례 출석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