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25일(현지시간) 2차로 석방한 인질 13명 중엔 아일랜드 소녀 에밀리 핸드(9)가 포함돼 있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26일 "실종됐던 무고한 아이가 이제 발견돼 돌아왔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우리의 기도가 응답받았다"고 반긴 것을 두고 이스라엘이 발끈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총리가 도덕적 나침반을 잃으신 것 같은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이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뭘까.
이스라엘은 '실종됐다 발견된 아이'라는 표현이 하마스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본다. 핸드는 지난달 7일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의 친구 집에서 잠을 자다가 하마스에 납치됐다.
코헨 장관은 버라드커 총리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자기 계정에 공유하며 "핸드는 잔인한 테러리스트에 의해 납치됐던 것"이라고 정정했다. 에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어린 소녀가 숲을 산책하던 중 친절한 등산객에게 발견됐을 때 그런('실종됐다 발견된다' 같은) 묘사를 쓴다"며 "하마스는 당신의 기도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력에 응답해서 에밀리를 석방한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유독 강하게 분노한 건 아일랜드의 친(親)팔레스타인 성향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약 800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 팔레스타인 땅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한 행위를 부당하게 여기는 시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아일랜드가 영국에 맞서 독립 운동을 한 것처럼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정당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정서가 많다. 아일랜드는 이번 전쟁 국면에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데 대해 "국제법을 넝마주이로 만드는 행위"(마이클 D. 히긴스 대통령)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만 아일랜드는 하마스 편을 드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이 버라드커 총리의 발언에 격분하자 아일랜드는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섰다. 버라드커 총리는 26일 엑스에 "성명서 전문을 참고하라"는 문구와 함께 "에밀리 핸드는 하마스에 몇 주 동안 납치됐다 돌아왔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다시 올렸다. 아일랜드 정부 인사들도 "아일랜드는 그간 하마스의 폭력을 명백하게 비난해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