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년 뒤 회사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 발굴에 본격 나선다. 2010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지시로 일찌감치 바이오산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신사업추진단처럼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을 찾아 키우는 전담 조직을 마련한 것이다. 회장에 오른 지 1년이 지난 이재용 회장이 본격적으로 '뉴 삼성'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부회장급 전담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새로 만든다. 미래사업기획단은 10년 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는 조직으로 2009년 신사업추진단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10년 뒤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신사업 발굴을 책임질 '신수종사업발굴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데 이어 신사업추진팀을 거쳐 2009년에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으로 거듭났다.
신사업추진단은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의 수장 김순택 부회장이 이끌면서 5대 신수종사업(태양광과 LED,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의료기기) 추진을 맡았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직후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50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중 자동차용 전지와 바이오 사업은 삼성을 떠받드는 두 기둥으로 자랐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은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이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키운 핵심 인물이다. 삼성SDI 대표이사를 지낸 뒤 이사회 의장으로서 리더십을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전 부회장은 그동안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진두진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올해 실적이 부진하면서 신상필벌성 인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사업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안정적 리더십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여 경영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성장이 가능한 주춧돌을 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인 용석우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는다. 그동안 DX부문장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했던 한 부회장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자리를 용 신임 사장에게 넘기고 DX부문장 겸 생활가전사업부장만 맡는다. 김원경 DX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퍼블릭어페어팀장(부사장)은 글로벌퍼블릭어페어실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2024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 및 사업 점검을 위한 일주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전망'에 대해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