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간 김기현... 대놓고 혁신위 거부 뜻인가

입력
2023.11.27 04:3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윤심(尹心)’을 언급했다. 반환점을 돈 혁신위원회가 김 대표 문제로 내홍까지 겪고 있는데, 이에 아랑곳 않고 지역구 수성 의지까지 내비친 것이다. 혁신위가 좌초해도 정치생명 연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혁신위를 세운 김 대표 진의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일 넘게 혁신위 요구를 뭉개고 있는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3차례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지만, 김 대표는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어서 황당하다"며 되레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더구나 그는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 얘기도 한다. 하루에 3, 4번씩 전화도 한다”고 윤심을 강조한 뒤, 이튿날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마중 나갔다. 앞서 김 대표는 공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경찰 출신의 김석기(경북 경주) 의원을 임명했다. 혁신위의 희생 요구 직후 이에 응할 듯한 모습을 보이던 김 대표가 돌변해 거부 행보와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사이 혁신위는 조기해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시간끌기용' 논란으로 사퇴 의사를 내비친 일부 혁신위원들을 설득해 간신히 갈등을 봉합했지만, 내달 24일까지인 활동 기한을 채울 수 있을지 위태위태한 모습이다. 일단 혁신위는 이번주 험지 출마나 불출마 권고안을 당 최고위에 공식 송부하는 등 압박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혁신위 요구안을 김 대표가 받아들인다 해도, 이제 국민들은 당을 위한 희생이 아닌 “등 떠밀려 수용했다”는 시선으로 김 대표를 바라볼 것이다. 혁신 효과를 반감시키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까지 협소하게 만든 것은 김 대표 본인이다. 이마저도 하지 못해 혁신위가 먼저 좌초한다면, 서울 강서구청장 패배 이후 몰아쳤던 사퇴 압박을 김 대표도 더 이상은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