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초부터 10개 안팎의 부처에 대한 개각에 나선다. 상당수의 대통령실 참모 교체까지 예정돼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인사가 될 전망이다. 조만간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 같은 대규모 인사는 정국 쇄신의 실마리가 되거나 국회 청문회로 인한 경색을 강화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달리 확장성과 참신성을 담보한 인사를 포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지만,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외곽에서 인력 풀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7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전후로 수석급 참모진과 부처 장·차관을 순차적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한 참모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장관의 경우 1월 11일 전에 물러나야 하는데, 후임자 청문회 기간을 감안하면 (개각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날 단행된 국가정보원장 및 국정원 1·2차장 인사 조치를 이번 인사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에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제외한 수석급 전원 교체가 유력하다. 19개 부처 장관 중에는 기획재정부(추경호), 법무부(한동훈), 국토교통부(원희룡) 등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를 포함한 10개 안팎의 부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후임 인선에 대한 검증 작업이 한창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임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유력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임에는 심교언 국토연구원장 등이 거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또는 신설을 검토 중인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에는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유지상 전 광운대 총장 외에 과기부 고위 공무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에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장관의 사퇴 시기는 출마 예정 국무위원의 사퇴 시한(내년 1월 11일) 막판까지 여론 추이를 보면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만일의 인사 수요 대비 차원에서 이정민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와 황준국 주유엔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유임 가능성도 크다.
대통령실에선 정무수석에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홍보수석에 이도운 대변인, 시민사회수석에 황상무 전 KBS 앵커, 경제수석에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복지·노동·교육·환경·문화 기능을 2개 수석실로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사회수석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은 내달 2일까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공포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정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일단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결국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아울러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로 인한 국회와 언론의 검증은 향후 국정운영과 내년 총선에서 여권의 악재가 될 수 있다.
검증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이번 인사로 능력뿐 아니라 확장성, 참신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누구든 기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열린 인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거명되는 인사 중 참신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국가보훈부 장관 후임으로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추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두 사람은 50대 초반인 데다,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변화를 언급하면서 극찬한 국민통합위원회의 분과위원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통합위뿐 아니라 각 위원회에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며 "인재 풀을 확대하려는 것은 일관된 기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