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진압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페이스오프' 수면 위로

입력
2023.11.25 14:00
올트먼 오픈AI CEO, 우여곡절 끝에 귀환
오픈AI 이사회 전면 개편
‘비영리’보단 ‘영리’에 무게 둘 듯
[아로마스픽(69)] 11.20~24

편집자주

4차 산업 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올트먼이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메시지의 행간에선 안도감이 역력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기됐던 회사의 공중분해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긍정적인 속내도 엿보였다. 지난해 이맘때 ‘챗GPT’ 출시와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부각시킨 오픈AI에서 최근 5일 동안 벌어졌던 내부 쿠데타 진압의 결말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픈AI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엑스·옛 트위터)에 게재된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말 선보인 이후, 2개월 만에 월 이용자 1억 명을 흡수한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얘기였기에 전 세계 이목은 쏠렸다.

올트먼 CEO 축출을 목적으로 촉발됐던 오픈AI의 이사회 내란이 역풍에 내몰리면서 진압됐다. 오픈AI 이사회가 리더십 부족을 이유로 올트먼 CEO 해고에 나섰지만 사내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퇴각했다. 그 결과, 오픈AI 이사회는 대폭 물갈이로 내몰렸고 화려하게 복귀한 올트먼 CEO의 입지는 더 강화됐다. 하지만 오픈AI의 이번 내홍이 AI 개발 속도를 둘러싸고 안전성에 치중한 이사회 측과 수익성에 기반한 올트먼 CEO 사이에서 벌어졌던 마찰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도 점쳐지고 있다.


숨가빴던 오픈AI 이사회의 5일간 쿠데타…결국 실패

오픈AI의 이번 내란은 이사회에서 시작됐다. 지난 17일 “이사회에선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트먼에 대한 해임을 전격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부각됐다. 이사회 측은 나아가 “리더십이 부족한 올트먼 현 CEO를 해고하고 (테슬라 출신의) 여성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미라 무라티를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 CEO에 임명한다”고 후속 인사까지 잇따라 발표했다.

이사회의 이런 일방적인 행보는 사내 안팎에서 거센 부메랑을 몰고 왔다. 당장 사내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은 이사회 발표 다음 날부터 격렬한 항의로 맞섰다. 특히 오픈AI의 전체 직원 770명 가운데 90% 이상인 730명은 올트먼 CEO의 복귀와 이사회 해체까지 포함된 연판장에 서명하면서 강하게 맞받아쳤다.

오픈AI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했다. 사티나 나델라 MS CEO가 19일 직접 올트먼 CEO와 주요 연구진들을 자사에 영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MS는 오픈AI에 현재까지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한 최대 후원자다.

이런 후폭풍은 결국 올트먼 해고를 목적으로 구성됐던 오픈AI의 이사회에 사실상 해체 통보와 더불어 생성형 AI 대부로 올라선 올트먼의 귀환까지 가져왔다. 올트먼 CEO는 오픈AI 복귀 결정 이후 22일 X에 “나는 오픈AI를 사랑하고 최근 며칠 동안 내가 한 모든 행동을 회사와 우리가 추구한 사명을 위해서였다”며 “새로운 이사회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지원에 힘입어 오픈AI로 돌아가서 MS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4명으로 구성됐던 기존 오픈AI 이사진 중 올트먼 CEO 퇴진에 가담했던 3명은 퇴진한 가운데 이 자리엔 올트먼 CEO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새롭게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성 색채 내비친 올트먼 CEO…오픈AI, 궤도 수정 나서나

이제 세간의 시선은 올트먼 CEO를 컨트롤타워로 재소환한 오픈AI의 향후 진로에 쏠린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본적인 경영전략의 궤도 수정 조짐이다. 이런 관점에선 우여곡절 끝에 오픈AI 수장 자리로 돌아온 올트먼 CEO의 움직임은 초미의 관심사다. 오픈AI의 이번 내홍은 생성형 AI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퇴출된 이사회 위주의 규제론 진영과 올트먼 CEO 중심의 개발론 측의 충돌로 빚어졌다는 게 관련업계 정설이다. 이 시각이 사실이라면 올트먼 CEO의 앞선 행보와는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지금까지 지난 5월 열렸던 미 상원 청문회 등을 포함해 공개 석상에선 “AI는 삶의 모든 측면을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심각한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결과적으로 생성형 AI에 대해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감도 표명했던 그가 이번 내란 과정에선 전혀 다른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오픈AI의 새로운 이사회 구성 역시 ‘비영리’보단 ‘영리’ 부분에 초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 팽배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15년 오픈AI 출범 당시 “인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AI를 개발하겠다”며 비영리 법인으로 기술 공개와 함께 AI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던 모습에선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파동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MS 역시 오픈AI의 미래 전략 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트먼 CEO의 귀환에 관여한 MS는 오픈AI의 생성형 AI 경영 전략 수립에 변수로 자리할 것”이라며 “올트먼 CEO를 통해 오픈AI의 의사 결정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