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결정 D-4'... 尹 맨투맨 스킨십, 민관 2인3각 유치전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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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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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되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 앞서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들과 잇따라 ‘대면 홍보전'에 주력하고 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와 재계 인사들까지 총출동해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와도 막판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BIE 대표들을 만나 한국의 발전된 기술과 첨단산업, K문화로 세계에 기여할 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화' '기여' 키워드로 BIE 대표들에게 부산 홍보

윤 대통령은 엑스포 투표 나흘 전인 24일 파리에서 BIE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부산 엑스포 홍보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BIE 대표들을 설득하는 핵심 무기는 '문화'와 '기여'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대한민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사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류가 당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며 개발협력 강화, 국제사회의 저탄소에너지 전환 지원, 기후위기 대응 선도 등 대한민국의 기여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2030년 부산 엑스포를 개최해 오늘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린 개발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 문제를 포함해서 인류가 마주한 도전과제들을 국제사회와 함께 고민하며 풀어 나가고자 한다”고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주최한 오찬인 만큼 대한민국의 기여를 핵심 주제로 선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 무대에 설 때마다 글로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의 기여를 어필하고,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오찬에 함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건배사에서 할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이 1953년 부산에 공장을 설립했다는 부산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전하며 "미래 도시인 부산이 엑스포를 통해 국제사회에 자유와 연대를 확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또 다른 BIE 대표들과 가진 만찬에선 '문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유네스코 대표부가 주최한 자리임을 염두에 두고 "2030 부산엑스포는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연대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며, 모든 참가국이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선보이는 문화 엑스포가 될 것"이라며 "부산엑스포는 인류 미래세대를 하나로 연결할 만남의 장으로 새로운 꿈과 기회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내내 테이블을 돌며 기념촬영을 하거나 부산을 홍보하는 데 열중했다.


전날 만찬서 '대통령 스킨십' '민관 원팀' 호평도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만찬에서 "부산을 지지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확산하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한류라는 소프트파워의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서"라고 호응했다. 만찬에 참석한 BIE 대표들도 "몸소 소통하고 스킨십하는 전례 없는 대통령의 모습이 감동적", "정부와 민간이 함께 2인3각 경기처럼 원팀으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와 기업들도 파리에서 일대일 맞춤형 유치전을 벌였다. 전날 만찬엔 영국 국빈 방문부터 동행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도 참석했다. 정 회장은 "한국의 과학기술과 K팝, K푸드에 이어 부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11월 28일 나오는 결과에 관계없이 한국은 각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건배사를 했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열흘간 중남미와 유럽 등 7개국을 도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파리에 합류한다. 최 회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각국 대표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는 사진과 함께 항공기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는 사진도 올렸다. 최 회장은 "얼마나 일정이 촉박했으면 대기업 회장이 이코노미를 타느냐"는 댓글에 "탈 만하다", "시간은 금"이라는 답을 달기도 했다.


마크롱 "북한 문제, 전적으로 연대·지지"

한덕수 국무총리는 귀국하는 윤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28일 개최지 투표를 전후로 파리에서 유치전을 총지휘한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최종 투표를 앞두고 일찌감치 파리로 이동해 BIE 대표들과 교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파리 엘리제궁에서 조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지난 6월 BIE 총회 참석차 파리를 방문했을 때 가진 이후 5개월 만이다.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포함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연대하고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파리=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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