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선임됐다. 실적 악화로 위기에 놓인 LG디스플레이의 부활을 위해 LG그룹이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입증한 핵심 인사를 투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사장으로서는 이웃집의 급한 불을 끄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정 사장을 새 CEO로 임명하는 내용의 정기 인사를 의결했다.
정 신임 사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다. 1961년생으로 대구 대륜고,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한 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 상무를 거쳐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센터장 상무, 생산기술센터장 전무, 최고생산책임자(CPO) 부사장 등을 지냈다.
특히 정 사장은 2019년부터 LG이노텍 대표를 맡아 회사를 그룹 내 최대 소재·부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사업을 강화해 애플이 새 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관련 부품을 독점 생산하며 '애플의 최대 공급 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호영 사장은 이번에 물러난다. 올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함께 단행된 인사에서 LG이노텍 신임 CEO에는 문혁수 부사장이 선임됐다. 문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LG전선(현 LS엠트론)에 입사해 2009년부터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개발실장,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LG이노텍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아 신사업 발굴 및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었다.
이로써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날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를 권영수 부회장에서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사장으로 교체한 것에 이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신임 대표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과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을 각각 앉히면서 부품 부문 주요 계열사 CEO를 모두 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자재 가격 상승, 완성품 시장 침체 등 어려움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라는 요청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심을 모았던 지주회사 ㈜LG 인사에선 권봉석 부회장이 자리를 유지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등 신사업 분야 성과를 이끈 점이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LG그룹 부회장 3인방 중 권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남고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물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