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제 막 시작한 삼림 탄소 배출권 사업을 유엔기후총회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려 한다는 외신 보도가 22일(현지시간) 나왔다. 삼림 탄소 배출권을 국제 기후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밀어올리기 위해서인데,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이어 가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미국 CNN방송은 환경 전문가들을 인용해 “UAE가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기 위한 연막으로 삼림 보전 탄소 배출권 사업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UAE는 개막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있는 올해 유엔기후총회 의장국임을 거론하며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막 작전’의 주무대는 이달 30일 개막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다. UNFCCC는 1992년 출범한 국제기후협약으로, 약 200개 국가가 참여한다. 협약 당사국들은 매년 총회를 열고 국제 기후대응 규범을 만든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내로 유지한다’는, 이른바 파리기후변화협약도 2015년 제21차 총회(COP21)의 결실이다.
그런데 올해는 시작하기도 전에 의장국인 UAE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엔 UAE 무함마드 빈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가문이 지난해 10월 설립한 '블루카본'이 있다. 가문 일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알막툼이 회사 대표다. 이들 가문은 UAE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막강한 정치력과 자본력을 등에 업은 블루카본은 지난 9월 아프리카 5개 국가와 2,450만 헥타르(ha) 규모 삼림 배출권 협약을 맺었다. 영국 국토(2,430만ha)와 비슷한 면적이다. 예컨대 짐바브웨에만 15억 달러를 지급했는데, 짐바브웨의 1년 교육·아동보육 세출보다도 많은 액수다. 짐바브웨 정부는 이 자금으로 삼림 벌채를 막는다.
표면적으로는 삼림 파괴를 막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UAE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분석이다. 블루카본은 보전 활동 덕에 파괴되지 않은 삼림의 탄소 흡수량을 계산해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로부터 탄소 배출권을 발급받는다. 이를 화석연료 기업이 구매하면, 그 수량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UAE는 향후 50년간 석유 생산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한 익명의 소식통은 CNN에 “블루카본은 최근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COP28에서 삼림 탄소 배출권 사업이 기후 대응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N은 “UAE는 COP28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삼림 배출권 사업을 발표했다"며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탄소 배출권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방안에 포함되도록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경단체들은 각국이 화석연료 퇴출 시점을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UAE가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