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동성 간 결합을 결혼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정부 문턱을 넘었다. 다음 달 의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성소수자(LGBTQ) 부부도 상속, 유산, 아이 입양 등에서 기존의 이성 결혼 부부와 같은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전날 각료회의에서 결혼 평등에 관한 법률(결혼평등법) 초안을 승인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내달 12일 의회에 법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혼평등법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커플에 대해 ‘결혼법’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남성과 여성 간 결혼만 허용되고 있지만, 이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일정 연령 이상일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차이 와차롱 태국 정부 대변인은 “‘남편’ ‘아내’ 등 성별에 기반한 단어를 ‘결혼 파트너’로 바꾸고, ‘남성’과 ‘여성’을 ‘개인’으로 바꾼다”며 “동성 결혼 커플도 이성 커플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성전환자가 신분증에 표기되는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검토하고 있다.
태국은 개인의 성적 지향에 관대한 편이다. 공중파 방송에선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종종 방영되고, 매년 5월이면 수도 방콕 한복판에서 LGBTQ들의 행진이 열린다. 정부가 세계 각국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관광 홍보도 적극 펼치고 있다.
다만 정작 법적인 진전은 지지부진해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보수 성향 군부가 동성 간 결합을 ‘결혼’이 아닌 ‘동반자 관계’로 인정하는 방안을 의결하긴 했지만, 정치적 부침 속에 결국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진보 성향의 제1 야당 전진당과 현재 정권을 잡은 푸어타이당 모두 결혼평등법을 적극 지지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 국왕 재가를 받으면 태국은 대만과 네팔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