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도발을 멈추고 협상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황상 러시아가 발사를 도왔을 수 있는 데다, 이번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해 정상 작동하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이 자칭 정찰위성을 발사한 21일(현지시간)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발사체(SLV)를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과 직접 관련된 기술이 포함된 만큼 북한의 이번 우주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자,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외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또다시 군사 위성을 발사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선택지는 대화다. NSC는 “외교의 문이 닫히지 않은 만큼 즉각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를 선택하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발사 성공 여부 판단은 유보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미국 정부 내에서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대답했다. 위성 발사에 러시아 기술이 이용됐는지, 용도가 정찰인지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이것이 우주발사체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올 들어 부쩍 가까워진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독일 컨설팅회사 ST애널리틱스 소속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로켓을 실패로 이끄는 것은 평범한 이유”라며 “장기간 우주 비행 노하우를 갖고 있는 러시아가 품질 관리를 위한 일부 프로세스를 시행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북한의 위성이나 로켓에 완전히 통합됐을 것으로 보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는 일부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 정찰위성의 군사적 용도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위성 운용은 북한에 한국·미국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고 미사일 표적을 식별하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제대로 작동하는 핵미사일을 확보하려면 기술적 장벽을 더 넘어야 하지만, 적어도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로켓을 갖는다는 것은 위성과 비슷한 크기의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분석했다.
그러나 좀 더 시야를 넓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라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AP에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는 경제 발전보다 군사력을 우선시하고, 한국과 화해하기보다 한국에 위협을 가하며, 미국과의 외교를 추구하는 대신 러시아·중국과 더 밀착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은 올 5월과 8월, 두 차례 우주발사체 실험에 나섰다가 모두 실패했다. 당초 3차 발사 실험을 22일~다음 달 1일 사이에 하겠다고 예고했으나, 하루 이른 21일 밤 감행했고 3시간 뒤 군사 정찰위성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