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하자, 거명된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검찰의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당내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영호 의원은 21일 통화에서 "(검찰이) 증거 능력도 없는 의원 명단을 스크린에 띄워 신문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며 "전혀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을 공개해 엉뚱한 흠집 내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전날 재판에서 송영길 전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 참석 예정자 명단을 공개했는데, 돈 봉투 수수 여부에 대한 조사 없이 이름만 거명함으로써 '불법 프레임'을 씌워 흠집을 내려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특히 "(명단 공개가) 재판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언급하며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재판부가 질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의원들의 실명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한 문제를 사실 확인 없이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빈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법정에서 모니터 화면으로 명단을 공개한 점은 심각하게 악의적이고 교묘히 허위사실을 흘리고 있다"며 "저는 그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어떤 금품수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적법한 수사 절차 없이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 누명 씌우고 흠집 내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김승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검찰은 저의 이름을 법정에서 언급하고 재판장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음에도 언론 보도를 묵인하는 등 민주당 상처 내기, 부패 이미지 덧씌우기용 언론 플레이를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한준호 의원은 전날 "혐의와 관련 없는 이름을 법정에서 공개하며 불법 프레임을 씌우려는 저급한 시도"라면서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것을 공판에서 공개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 공천에서 돈 봉투 사건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해당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당내 경선에서 경쟁 후보들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는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상황인 만큼 당 차원에서 연루 의혹만으로 페널티를 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당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신중히 다루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