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외벌이론 못 살아요"... 아이 학년 오르자 취업 나선 엄마들

입력
2023.1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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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기혼여성 고용 현황'
'유자녀 여성' 고용률 역대 최고
30대 경력단절 비율 가장 높아

“워킹맘한테 3번의 위기가 와요. 복직 후 처음 어린이집 보낼 때, 유치원 입학 때, 초등학교 입학 때. 저는 첫 위기를 못 넘기고 그만뒀는데 아이가 내년에 아홉 살이어서 다시 일하려고요.”

홍보대행사에서 퇴사한 황모(45)씨가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는 건 빡빡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학원비와 전세 대출금,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남편 외벌이로는 못 살아요. 그래서 주변에 전업맘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워킹맘’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출산과 맞물린 30대의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현상’은 여전하다. 유연한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여성의 지속적인 사회활동 참여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여성의 고용률은 1년 전보다 2.2%포인트 오른 60.0%였다.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60%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주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8.2%)과 교육서비스업(16.1%), 도매‧소매업(12.9%)에 종사했다.

자녀가 많을수록, 자녀가 고학년일수록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1명인 기혼여성의 고용률(61.2%)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올랐지만, 자녀 2명(59.3%)과 3명 이상(56.6%)에선 각각 2.7%, 3.7%포인트 상승했다.

자녀 나이에 따른 편차도 컸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52.3%였지만 자녀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경우엔 62.6%까지 뛰었다. 중학교 이상에선 해당 비율(68.3%)이 더욱 높아졌다.

높아진 고용률에도 경단녀 현상은 변함이 없었다. 경력단절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였다. 미취업 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30대 초반이 63.8%, 30대 후반은 65.9%에 달했다. 회사를 다니다가 여러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10명 중 6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는 육아(42.0%)가 가장 많았고, 결혼(26.2%)과 임신·출산(23.0%), 자녀 교육(4.4%) 등이 뒤를 이었다.

임경은 고용통계과장은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을 겪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40대 후반~50대에 시간제 일자리를 하며 줄어든 소득 보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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