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위 의혹을 받던 이정섭 검사가 피의자로 입건되며 수원지검 2차장(공판·공안·특별수사 담당) 직무에서 배제되자, 그가 이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수사가 중단되는 등 뚜렷한 타격은 없겠으나, 수사 정당성 시비 탓에 어느 정도의 속도·강도 조절은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수원지검은 이 대표가 연루된 굵직한 사건을 다수 수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형사6부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이 대표의 쪼개기 후원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쌍방울그룹의 횡령·배임 등 기업 비리 의혹을, 공공수사부는 이 대표 부인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을 쥐고 있다.
대부분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는 사건들인데, 이 수사부서들을 다 지휘하는 자리가 바로 2차장검사다. 그러나 20일 이 검사가 대전고검으로 이동하면서, 이재명 수사의 지휘라인은 당분간 구멍이 뚫린 채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 일단은 강성용 1차장검사가 2차장검사 직무까지 담당한다.
다만 수사에 미칠 영향은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수통인 신봉수 수원지검장은 직전까지 전국 검찰청의 이재명 수사를 총괄했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허리 역할을 하던 중간 지휘부가 공석이 돼 부담은 있겠지만, 기존 수사팀이 있는 만큼 수사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보낸 이 검사의 수사 결과에 따라 그를 다시 복귀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경우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수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중단된 감찰을 재개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2차장검사 자리에 다른 검사를 직무대리 하도록 하거나, 별도의 검찰 간부를 전보하는 '원포인트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법무부는 쌍방울 수사를 지휘하던 김형록 수원지검 2차장검사를 갑자기 감사원으로 파견하며, 김영일 당시 평택지청장에게 직무대리를 맡긴 적이 있다.
다만 검사 전보인사는 대통령 권한이라, '이재명 수사팀장'에 누구를 보내느냐가 또다른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실이나 법무부가 수원지검 2차장검사 인사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검은 수원지검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와 협의 필요성을 살펴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