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공공 전산망 오류 사태... IT업계선 "정부 전문성·투자 부족이 원인"

입력
2023.11.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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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 관리 인력 매번 바뀌고
오류 수정 작업 등 추가비용 인정 안 해
'카톡 먹통 사태' 때와 다른 태도도 뒷말


17일부터 사흘 넘게 이어진 역대급 정부 행정전산망 서비스 장애를 두고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선 되풀이되는 공공 전산망 오류 관련 고질적 구조 문제를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확한 원인 파악을 떠나 정부가 공공 전산망 구성 및 관리에 적정한 시간과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평소 관리에 무심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대국민 민원 서비스 '정부24'와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 시스템이 한꺼번에 마비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한 IT서비스 업체 고위 관계자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노후화한 상황에서 차세대 기기로 업데이트하는 작업이 예산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했던 것 아닌가"라고 물음표를 달았다.

공공기관의 대형 SW사업은 기업들 입장에선 '큰 건'이자 '골치 아픈 건'이다. 기본적으로 공개 입찰 형태로 진행되는 특성상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기업에 일감이 돌아가기 때문에 대기업 쪽은 오히려 공공사업을 꺼리는 분위기다. 또 정부 내 IT서비스 담당자가 순환보직 인사 등으로 자주 바뀌면서 대부분 전문성이 없다 보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서비스를 납품한 민간 기업에서 부랴부랴 '해결사'를 찾는 태도가 반복된다. 이 역시 예산 부족 문제와 연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공공사업은 발주처에서 설계 변경이나 오류를 해결하는 추가 작업 등에 비용이 더 들어도 이를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똑같은 비용을 받고 두 배 이상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누가 나서려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닮은꼴' 카카오톡 땐 '재난 문자'까지 뿌리더니...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이원화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규모가 크고 복잡한 대형 SW는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평소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것은 대비책이 작동하기 때문인데 이번엔 그조차 돌아가지 않아 파장이 커졌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사태 때와 판박이다. 당시 카카오는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 시스템 이원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카카오톡 복구에 애를 먹었다. 이번 사건 역시 행안부에선 이원화한 장비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기에 복구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장애 때 민간 기업인 카카오를 향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했던 정부가 정작 국가기관 서비스에서 일어난 장애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카카오톡 장애 당시 세 차례에 걸쳐 국민들에게 재난 문자까지 보내고 복구 진행 상황을 알렸지만 자신들이 관리하는 행정전산망에서 오류가 났을 때는 메시지도 내지 않고 오히려 '신속하게 움직여서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복구가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들이대는 잣대가 기업에는 가혹하고 정부에는 관대하다"고 꼬집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