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D, 외국 연구자 모셔 오라는 것 아냐"... 현장 달래기 나선 정부

입력
2023.11.20 16:19
이종호 장관 "해외에 퍼주기 아냐" 강조
연구성과 심포지엄 참석해 설명 이례적
글로벌 실체 둘러싼 혼선 고려한 듯하나
개괄 설명 위주... 구체 방안은 연내 발표

대규모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속에서도 대폭 증가한 글로벌 R&D의 '정체'를 두고 연구 현장에서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무조건 외국 연구자나 기관과 합동 연구를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국제협력의 기준이나 평가 방식 등과 관련해서는 연말에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해외우수연구기관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 전 진행된 글로벌 R&D 사전 간담회에서 "국제협력의 의미가 외국 연구자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식이 아니라, 인력·물적 교류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예산을 조정)한 것"이라며 "국제 협력 예산을 늘렸다고 '외국에 좋은 것 아닌가' 하는 말도 있는데, 그러겠느냐. 나도 그걸 잘 아는데, 바람직한 방향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한국이) 많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글로벌 협력의 예시로 해외 학회 참석, 학생 파견,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을 들었다.

한 해 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에 장관이 직접 나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가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글로벌 R&D를 둘러싸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는 연구 현장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예산이 집중될 거라고 예고됐을 뿐 무엇을 글로벌 협력으로 인정하는지 구체적 기준은 내놓지 않은 탓에 연구관리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 연구자들의 문의가 쏟아지면서 별도 공지까지 내걸리기도 했다(관련기사 ☞ '해외 인맥 찾아야 하나'... 혼란스러운 연구 현장 "섣부른 협력이 비효율 낳을라").

정부는 이날 본행사에서 내년 글로벌 R&D 추진 방향을 밝혔다. △전략기술 분야 연구 집중 지원 △젊은 연구자 글로벌 육성·진출 확대 △글로벌 R&D 전략화·체계화 △글로벌 R&D 제도적 지원 강화 등이다. 발표를 맡은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한국이 R&D를 한 지 60년이 흐르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국제협력 비중은 아직 2% 남짓인 수준"이라며 "이제는 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주고받는 국제협력을 할 때가 됐다고 보고, 양적 성장과 질적 개선을 모두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발표도 정책 방향에 대한 개괄적 설명에 그쳐, 현장의 혼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관계자는 "글로벌 R&D와 관련한 가이드라인, 평가 방식 등 세부 안을 만들고 있다. 연내에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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