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 기능을 내놓은 지 나흘 만에 철회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 네이버는 7월에도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에 '트렌드 토픽'이라는 서비스를 출시도 못하고 접었다.
네이버가 국민 포털이라 불릴 만큼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중요한 결정에 앞서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부터 새 서비스 출시 때마다 악용 가능성까지 일일이 따질 경우 기업 운영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네이버는 공지를 통해 "16일 선보인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답글의 답글) 작성 기능'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어 해당 기능을 제외한다"며 "아직 사용자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종료로 이용자 혼선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앞서 16일부터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 작성 기능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뉴스 댓글에 대댓글만 달 수 있었고 답글에 추가로 댓글을 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면 새 기능은 네이버 댓글에 달린 답글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답글을 다는 것도 가능하고 어떤 글에 대한 답글인지 원문까지 볼 수 있게 했다.
이 기능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쓰이고 있다. 네이버 역시 이를 통해 커뮤니티 소통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성향을 가진 댓글 사용자끼리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네이버는 결국 원복하기로 했다.
네이버 측은 서비스를 닫으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댓글 조작에서 비롯한 '드루킹' 사건을 겪으면서 네이버는 계정당 하루 댓글 작성 수를 20건, 답글을 40건으로 제한했으며 욕설 등 유해 표현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차단하는 '클린봇'도 운영 중이다. '선거철 트래픽 장사를 하기 위한 조치'라든지 '드루킹이 부활할 수 있다' 등 일부 비판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4,300만 명이 이용하고 뉴스 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네이버가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AI를 통해 현재 온라인에서 단기간에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를 보여주는 트렌드 토픽 기능을 출시하려다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트렌드 토픽이 과거 여론 조작 창구로 활용된 '실시간 검색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았다. 몇 년째 댓글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었던 네이버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 새 댓글 기능을 내놓은 것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반면 국내에서 구글, X, 인스타그램 등과 경쟁을 벌이는 입장에서 네이버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IT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 서비스를 자유롭게 내놓는 반면 네이버는 정무적 판단까지 해가면서 그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서비스 혁신성보다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무난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