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뮌헨 필하모닉은 정명훈 지휘, 임윤찬이 협연한 15일 뮌헨 공연 영상을 악단의 스트리밍 채널에서 48시간 동안 무료로 공개했다.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의 같은 날 한국 연주회 영상은 도이치 그라모폰이 운영하는 '스테이지 플러스'에 공개됐다. 티켓 판매 개시 직후 매진되곤 하는 이 스타 음악가들의 공연 영상화 작업은 음악 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주목받고 있다. 원조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이다. 베를린 필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움트기 시작한 2008년부터 자회사 베를린 필 미디어를 통해 콘서트 실황 중계 사업 '디지털 콘서트홀'을 운영해 왔다.
디지털 콘서트홀 15주년과 베를린 필의 아시아 투어 일정에 맞춰 한국을 찾은 막시밀리안 메르클레(46) 베를린 필 미디어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났다. 메르클레 대표는 "누구나 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게 장벽을 최대한 낮추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는 디지털 콘서트홀 개관 당시 악단의 음악감독이었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첫 번째 인터뷰 영상에서 "사람들은 마치 물을 마시듯 점점 더 집에서 예술을 즐기길 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디지털 콘서트홀은 월 구독료 16.9유로, 연 구독료 169유로에 공연 영상과 인터뷰, 다큐멘터리 등 1,492개 누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매년 40개의 공연 실황이 추가로 업로드된다. 국가별 유료 회원은 독일이 가장 많고 미국과 일본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오케스트라와 공연장, 음반사 등이 공연 영상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이 분야 선구자는 베를린 필이다. 메르클레 대표는 "디지털 콘서트홀은 음악적·기술적 수준이 모두 탁월하다는 점에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된다"며 "클래식 음악이라는 범주 안의 여러 콘텐츠를 다루는 여타의 플랫폼과 달리 음악적 수준이 탁월한 베를린 필의 연주를 직접 영상으로 제작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악단인 베를린 필을 통해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를 경험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클래식 음악 홍보대사를 최대한 늘리는 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서트홀 발생 수익은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콘서트홀은 몰입형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와 4K 초고화질(UHD) 기술 등을 지원한다. 메르클레 대표는 "영원한 선구자로 남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게 우리의 고민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라이브 스트리밍은 결코 라이브 연주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디지털 콘서트홀은 클래식 음악의 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브 연주와 스트리밍은 공존해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 관객층이 고령화되고 음악 교육이 분투 중인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음악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클래식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 그게 최고 악단 베를린 필의 책임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