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점수 격차 줄인다"더니...올해 수능도 못 잡은 선택과목 유불리

입력
2023.11.20 04:30
8면
입시업계 "국어 6점, 수학 7점 격차"
지구과학 Ⅰ·Ⅱ 차이 14점 추정
통합수능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나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선택과목 유불리'가 이번 수능에서도 또다시 반복됐다.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응시 집단에 따라 실제 입시에 쓰이는 표준점수가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올해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국어·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지난해보다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수학 영역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 격차가 문·이과 통합 수능 실시 3년 만에 가장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메가스터디가 수능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추정한 결과 국어는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만점자가 141점,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만점자가 147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6점으로 지난해 수능 뒤 종로학원이 추정한 4점보다 크다. 메가스터디는 수학도 '확률과 통계' 만점자가 140점, '미적분' 만점자가 147점, '기하' 만점자가 142점의 표준점수를 받아 격차가 최대 7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 당시 추정 격차는 최대 3점이었다.

지난 9월 모의평가(모평)에서 20점 이상 표준점수 차이가 났던 과학탐구 영역도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렸다. 이날 EBSi의 수능 가채점 분석 결과를 보면 과학탐구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은 과목은 지구과학Ⅰ으로 68점이고, 가장 높은 과목은 지구과학Ⅱ로 82점이다. 격차가 14점으로, 9월 모평(23점)보다는 줄었어도 여전히 두 자릿수다.

과학탐구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물리학만 Ⅱ과목이 Ⅰ과목에 비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1점 높았고, 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은 Ⅰ과목이 Ⅱ과목보다 오히려 표준점수 최고점이 1~3점 높았다. 올해부터 서울대 자연계 정시모집에 과학탐구Ⅱ 필수 응시 제한이 사라지면서 다수의 상위권 학생이 Ⅰ과목을 선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회탐구의 경우 표준점수 격차가 지난해 수능과 같으나 9월 모평보다는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EBSi 가채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의 정치와법(74점)과 세계사·윤리와 사상(65점)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9점으로 추정된다. 9월 모평은 세계지리(72점)와 동아시아사(65좀)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7점이었다.

격차 완화를 강조한 출제 당국의 약속은 무색해졌다. 지난 16일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은 "6, 9월 모의평가에서 선택과목 응시집단을 분석해 최대한 유불리가 생기지 않게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수능도 유불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선택과목 없는 수능'이 실시되는 2028학년도까지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