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만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양 정상은 덕담을 건네며 3, 4분간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APEC 폐회를 하루 남겨놓고 관심의 초점인 한중 정상회담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가 유력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자칫 악재로 비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APEC 1세션 회의 시작에 앞서 “이번 APEC을 계기로 좋은 성과를 거두시길 바란다”며 시 주석에게 다가갔다. 이에 시 주석은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한덕수 총리를 잘 맞아주고 환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한 총리와 멋진 회담을 했다”고 호응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좋았지만 정작 본게임인 양국 정상회담은 이날까지 성사되지 않아 배경을 놓고 관측이 분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취재진과 만나 “양국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미국을) 떠나기 전까지 (정상회담이) 이뤄질지는 지금 장담을 못 드리겠다”며 “다만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율이 끝나지 않아 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7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앞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16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회담을 마쳤다. 한국만 불발될 경우 '패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용시간은 제한돼 있고, 중국은 우선 미국과의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어떤 나라와 얼마나 콤팩트하게 회담을 나누고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이 전략적 판단을 통해 회담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풀어야 할 현안의 급박성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국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여러 참가국의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러의 불법 무기거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반면, 중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을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러북 무기거래를 중국과는 별개 사안으로 취급해 외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