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당국의 금융 때리기가 경쟁하듯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은행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게 발단이다. 곧바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협회장들을 소집, “국민들 시선이 따갑다”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올해 은행 이자 이익이 60조 원인데, 과연 어떤 혁신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뒤질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예 은행에 수조 원의 ‘횡재세’를 물리겠다고 나섰다. 20일엔 김 위원장과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보면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건 못마땅한 게 사실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 희망 퇴직금이 3억5,000만 원을 넘는다는 것도 배신감을 준다. 뼈를 깎는 혁신 없이 독과점의 과실만 누리면서 글로벌 금융 회사로 성장한 곳 하나 없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그러나 미운털 박힌 은행이라 해도 이런 팔 비틀기는 시대착오적인 관치이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더 많이 빼앗는 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전체주의 국가와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우리는 중국의 통제에 홍콩을 떠나는 글로벌 금융사를 유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외국인 투자자가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겠는가.
혈세나 다름없는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고금리의 가장 큰 수혜자란 점에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더 커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게 아니라 자기반성부터 한 뒤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상생금융안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다만 이 과정은 자발적인 게 바람직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선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공매도 금지에 일부 외국인은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총선 앞 포퓰리즘 경쟁은 지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