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크 로스코의 '무제'란 작품이다. 이름은 없지만 '노란색, 주황색, 노란색, 연한 주황색'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내가 일몰을 연상시키는 황금색 색조를 띠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13㎝ 높이의 그림이라, 웬만한 키 큰 성인도 고개를 뒤로 젖혀 나를 올려다봐야 한다. 가끔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숭고'란 개념과 연결된 것 같다. 단어 뜻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숭고를 느낀다고들 한다. 그렇단들, 내가 궁전 같은 집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는 게 놀랍다. 5년 전엔 미국의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바젤 마이애미비치 아트페어에서 600억 원(5,000만 달러)이라는 가격표를 갖고 전시되었다. 사고 싶어도 나를 소유하기 위해 600억 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나는 주로 세계적인 경매소 무대에 서서 거래된다. 내가 이 바로 전 주인에게 왔던 것도 10년 전 뉴욕 소더비 경매소에서였듯이.
이번엔 크리스티 뉴욕 경매소. 11월 9일 경매를 앞두고 파리도 갔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파리 플러스 바젤'이라는 큰 아트페어가 열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컬렉터들이 파리에 몰린다는 소식이었다. 둘째는, 로스코를 조명하는 역사적인 전시가 루이뷔통 미술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루이뷔통 미술관은 로스코의 작품 115개를 모아 전시했다. 로스코 작품은 프랑스를 제외한 여러 나라 여러 미술관에 속해 있기에 파리에서 로스코 작품을 보긴 어려웠다고. 이 이야기들은 내가 조용한 거 같지만 모든 것을 듣고 있기 때문에 안다. 내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서로 속삭이며 이야기한다. 루이뷔통 아르노 회장의 딸, 데프네 피노가 나를 탐내 한다고 했다. 요즘 파리가 런던의 영광을 파리로 가져오려고 노력한다며, 브렉시트 이야기도 했다. 프랑스는 루이뷔통 헤네시 같은 세계적 부호가 있어 덕을 본다고.
로스코 전시를 모두가 이야기했다. 그 전시를 가보고 싶었지만 나는 걸려 있기에···. 하지만 나는 내가 로스코의 특별한 창조물임을 안다. 태양처럼 노랗게, 불타는, 그 자체로 빛을 뿜어낸다. 나는 누군가에게 하나의 통로가 되고 싶다. 내 창조자 로스코 또한 나를 통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늘 우주의 헤아릴 수 없는 힘을 포착하고 싶다 혼잣말을 했다. 난, 그의 경력에서 가장 중추적인 순간에 속한다. 1955년 그해, 그는 나를 포함 단지 22점의 작품을 그렸다. 그중 13점은 워싱턴 D.C.의 국립 미술관을 포함한 명망 높은 박물관 소장품에 소장되어 있다.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등.
나는 개인 소장가에게 갈 운명인가 보다. 1970년 로스코의 죽음까지 로스코 곁에 있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폴&버니 멜론 집으로 갔다. 폴 멜론은 1999년,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버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부부는 유명했다. 폴 멜론은 세계에서 부유한 금융가 중 한 명이자 세 명의 대통령의 재무장관이었던 앤드루 멜론의 외아들이다. 버니 멜론은 백악관의 장미 정원을 디자인한 걸로 유명하고 아버지가 입가심에 '리스테린'을 만들었던 재벌이다. 2014년, 버니도 사망하자, 가족들은 소더비 경매소에서 나를 판다. 그 당시 나는 3,650만 달러. 나하드 가문이 샀다. 내 주인인 줄 알았지만 그는 대리인이었고, 그는 나를 기업가 스티브 웨인에게 넘겼다. 며칠 전 4,640만 달러에 난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형제들과 다르게 나는 일몰과 새벽의 마법을 갖고 있다. 내 창조자는 이미 반세기 전 세상을 떠났지만, 나를 통해 그의 숨 막히는 독창성과 천재성을 보여준다. 나는 나를 통해 느린 시간과 매혹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