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냈던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쉬울 거라고 예측하고 뛰어든 'N수생'(재수생을 포함해 대입에 다시 도전하는 졸업생)들로선 '당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16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실제로 쉬운 수능이 아니었다"며 "정부 말을 신뢰했던 이들의 정책 신뢰도를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던 예상과 달리 '불수능'이었단 반응엔 "초고난도 문항은 변별을 위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우선 킬러 문항이란 전문적 지식을 묻는 비문학 지문이 너무 많다는 등 공교육에서 다룰 범위를 넘어선 것들을 말했다"며 "초고난도 문항이라고 해서 킬러 문항이라고 볼 수 있는 지를 두고는 논쟁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고난도 문항 수가 적어지면 그만큼 고난도 문항이 늘기 때문에 중위권 학생들이 체감하는 난이도는 훨씬 높아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선 과제로 꼽혀온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 조절은 현실적으로 극복이 어렵다고도 진단했다. 성 교수는 "선택과목 간 난이도 조절의 핵심은 6월, 9월 모의고사를 바탕으로 수능을 치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미리 파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킬러 문항이 없다는 얘기에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N수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학생 수준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주도로 갑작스럽게 이뤄진 수능 개편이 어려움을 더했다고도 평했다. 성 교수는 "(N수생 유입 예측이 어렵다는 점 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라서 중장기적으로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데 갑자기 정치적 영역에서 수능 출제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는 바람에 출제위원들이 이번에 굉장히 고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N수생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성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해 아직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에서 과학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상황과 맞물려 기초과학 인력이 빠져나온다면 그게 다 N수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