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발' 의사 집단행동 고개… 3년 전 '증원 저지 주역' 전공의 선택은?

입력
2023.11.16 04:30
경기의사회 일부 휴진하고 대통령실 앞서 시위
의협·대전협은 '선 긋기', 3년 전 반면교사로 신중
이전과 달리 대화 테이블서 처우 개선 방안 논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계에서 '집단행동' 카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집단행동 확산의 관건은 전공의 참여 여부다. 3년 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규모 파업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가세로 결정적 동력을 얻었다. 다만 지금은 그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파업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은 데다가 정부와의 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실익을 추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의사계에 팽배하다.

의협 산하 지역의사회인 경기의사회는 15일 의대 증원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회원 100여 명이 오후에 자체 휴진을 하고 참석한 것이다. 경기의사회는 당분간 매주 수요일 오후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의대 증원 추진을 공식화한 이래 의사들이 소규모로나마 실력행사에 나선 건 처음이다. 다만 의협은 다른 회원들이 동조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경기의사회 일부 회원들이 이름을 알리려고 강경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3년 전 파업으로 전공의·의대생 상처 컸다"

지난달만 해도 총파업을 거론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던 의협이 막상 집단행동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의협 내부에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이던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논의에 맞서 집단 진료거부를 단행했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판단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총파업은 이른 이야기"라는 대전협 분위기를 의협이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의료 시스템은 전공의가 있어야 유지되는 구조로 이들이 손을 놓으면 의료 공백이 발생한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 의사계가 의대 정원 수를 줄이고 수가 인상을 챙길 수 있었던 것도 전공의 집단행동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신중을 기하는 것 또한 3년 전 경험과 무관치 않다. 당시 대전협이 의협 파업에 가세하면서 대학병원 진료가 전면 마비돼 환자들이 진료와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태가 벌어졌다.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시험 거부로 가세했다. 그러나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국시응시불허(나중에 허용) 등으로 강경 대응하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고, 결국 정부와 의협·대전협이 한발씩 물러서며 갈등이 수습됐다.

강경책보다 실익 택했지만… 정부 압박이 변수

정부가 이전에 비해 의정 협상에 무게를 두는 점도 의사들의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3년 전에는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의협과의 사전 협의를 건너뛰고 의대 증원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이번에는 보건복지부가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여러 의정 논의 테이블을 가동하고 있다. 의협이나 대전협 입장에서는 수가 인상, 처우 개선 등 실익을 챙길 협상 기회가 열린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정 간에) 의사 증원과 함께 처우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고, 서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압박하는 분위기로 바뀔 경우 의사들이 언제든 강경 대응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사계는 의대 증원 예상 규모가 500명 미만에서 1,000명, 다시 4,000명대로 불어나는 지금의 상황이 내심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3년 전 많은 전공의, 의대생이 상처받아 (집단행동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쪽으로 간다면 (강경책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