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민간군사기업) 다시 보기

입력
2023.1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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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는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며, 대내적으로는 작년 12월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4.0에서 드러나듯이 간부 지원율 저하와 급격한 전역률 증가로 국방력 약화라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 도입이다.

지난 5월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과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이 주최한 '국방혁신을 위한 민간군사기업 활용 방안 세미나'에서 한국형 민간군사기업 도입 논의가 이루어졌다. 민간군사기업은 전쟁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사업체로 전쟁 수행 자체를 대행하거나 군 업무에 대해 지원·컨설팅을 하는 기업이다. 국제적으로 미국의 Academi(이전 Blackwater),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참전 중인 바그너 그룹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용병의 역할을 하는 이들 기업으로 인해 PMC 국내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상당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현실을 깨닫고 발상의 전환, 열린 시각이 절실하다. 북한의 위협과 주변 강대국들과의 분쟁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국방력 강화가 필수이지만, '인구절벽 시대, 간부지원율 급감의 위기'를 맞아 향후 군만으로 현 수준의 국방력을 유지하기는 매우 제한될 수 있다. 민관군 협동 국가 총력전으로 변모된 현재의 전쟁 양상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방력 운용에도 한국형 민간군사기업 도입 및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PMC 도입 및 활성화는 현재의 군이 처한 위기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우선 다양한 후방지원 및 보조서비스 분야의 PMC 전면적 도입 시 서비스 품질은 물론 전투분야로의 병력 집중을 통해 병역자원 감소로 인한 국방력 저하에 대비가 가능하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정비·보급·정보화·의료연구·출판·복지·시설 등 7개 분야를 민간에 개방하고 있으며, 향후 비전투 분야는 민간 아웃소싱이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의 직접 개입 및 참여가 제한되는 다양한 국제분쟁 대응 및 경호·경비·보안 등에 PMC를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군이 수행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튀르키예 등 분쟁지역에서의 난민 긴급 구출 작전도 향후 민간 군사기업을 통해 가능한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PMC 도입 및 시장 확대 시 군 간부 및 복무자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 임금 인상 및 일부 복무환경 개선으로 기존 세대와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군에서의 시간을 경력의 단절로 여기는 현세대를 군으로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애국심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넘어 복무 이후 PMC 채용 기회 부여를 통해 군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지속적인 국방력 기여의 선순환 구조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PMC는 국제적인 논란의 여지가 매우 많은 주제 중 하나다. 군사적인 행동을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 부분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문제와 관련된 논의가 필요하며, 국제적인 규제 준수와 투명성 확보, 사회·정치적 공감대 형성, 법체계 보완 등 또한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열린 시각을 갖고 긍정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PMC의 도입은 우리나라의 안보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준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