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주요 업종별 단체가 1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총과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6개 경제단체가 거부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연 지 이틀 만이다.
경총을 포함해 49개 업종별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발생할 수 있는 업종별 경영 위기를 강조했다.
먼저 자동차, 조선 업종의 경우 협력업체가 수백, 수천 개에 달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1년 내내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종별 단체들은 "원청기업은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기·배관·골조 등 수십 개의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건설 업종의 경우 협력업체 파업으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거라고 덧붙였다. 업종별 단체들은 "개정안은 우리 노사 관계를 파탄내고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부디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로 우리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경총을 비롯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49개의 주요 업종별 단체와 지방 경총이 이름을 올렸다.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확대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계와 정부·여당은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불법 파업이 조장돼 산업현장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법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