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회담에서는 반(反)이스라엘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중동 지역 상황도 논의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 투자 계획 발표 뒤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등 관계 단절)을 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1년 만에 시 주석과 마주 앉는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전날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제 교류의 호혜적 측면도 거론했다. 그는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국인들, 평균적인 주택 소유자, 즉 중국의 보통 시민이 괜찮은 급여를 받는 직업을 가진다면 그들에게도 이롭고 우리 모두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협력 성과가 미리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미국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는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 간 중국 베이징 회담(7월 16~19일)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 회담(이달 4~7일) 결과를 정리한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대응 강화 약속이 골자다. 앞으로 양국 기후 특사가 공동 주재하는 ‘워킹그룹’도 가동된다.
다만 견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21개 회원국 외교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은) 각국이 자유롭게 나아갈 길과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는데, 정상회담 전날 중국을 간접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투자하고 싶으면 모든 영업 비밀을 넘겨야 하는 우리 입장을 계속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對)중국 투자 관행의 불합리성을 꼬집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최우선 의제는 군사 채널 복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상적 소통 경로로 복귀해 위기 때 전화를 걸어 서로 대화하고 군 당국 간에도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중 군사 대화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약 1년 3개월간 단절됐다.
의제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이란을 비롯한 주변 아랍국을 자극하고 있는 중동 역내 문제도 포함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샌프란시스코행 대통령 전용기 내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의견을 듣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중동에 소통선을 갖고 있고, 이는 어떤 측면에서 미국이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대한 양국 간 규제도 이번 회담의 유력한 합의 의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놓고 양국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대만 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지속적 도발 △중국의 대러시아 우회 지원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침해 등 갈등 의제도 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