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 35cm, 교통약자도 문제없어요"… 세계 최초 수소트램 타보니

입력
2023.1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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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울산항역에서 수소트램 시승행사 
1편성 길이 35m, 최대 250명 탑승 가능 
실내 개방감 탁월하고, 몸 쏠림도 없어
연말까지 실증, 울산트램 1호선에 적용

14일 오전 울산 남구 매암동 울산항역. 1년 넘게 운행이 중단된 폐선철로 위로 검은색에 흰색, 파란색이 어우러진 차량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6일부터 울산시가 주행 실증 중인 수소트램이다. “운행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미끄러지듯 출발한 트램은 삼비건널목까지 2km를 운행한 뒤 울산항역으로 되돌아왔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무가선(전차처럼 하늘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 없이 자가 배터리로 운행) 트램이 이날 시승식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수소트램은 폭 2.65m, 높이 3.7m의 5개 칸이 1편성으로 전체 길이는 35m, 버스 3대를 이어 놓은 것과 비슷한 크기다. 한 번에 25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1회 충전 시 200km 주행 가능하다. 이날은 폐선철로에서 실증이 이뤄졌지만 상용화되면 기존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매립철로를 만들어 그 위를 트램이 달린다. 이에 폭도 기존 버스에 맞췄고 길이도 전 세계적으로 증명된 35m로 설계됐다. 정훈 현대로템 핵심기술개발 실장은 “(35m보다) 짧으면 버스와 차별성이 없고, 길면 신호체계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트램은 시동을 걸거나 가속 구간 등 힘이 많이 필요할 때는 배터리에 저장해 둔 전력을 활용하고, 등속ㆍ감속 구간 등에서는 수소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운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움직인다. 정확히 말하면 수소전기트램인 셈이다. 수소차 넥소에 적용한 연료전지 4개는 모두 지붕으로 올렸다. 차량 높이가 도로면으로부터 35cm에 불과해 교통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트램은 턱이 거의 없는 데다 양쪽으로 각 5개의 문이 달려 있어 200여 명이 한꺼번에 타고 내리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버스처럼 정면의자가 배치됐고, 1편성당 38석인데 이 가운데 10석은 혼잡하면 접을 수 있다. 벽에는 날씨와 전체 운행코스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모니터와 무선충전기 등 옵션이 구비돼 편의성이 돋보였다. 좌석에 앉았을 때 허리 아래쪽과 천장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유리창으로 돼 있어 개방감도 탁월했다.

운행 중에는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라이다(Lidar) 센서가 장착돼 전방 100m까지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멈추는 것도 인상 깊었다. 시승식에 참여한 조성희(51)씨는 “독일 유학시절 트램을 종종 이용하며 국내에도 상용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안전하고 쾌적한 느낌”이라고 했다. 울산 남구에서 온 송상옥(60)씨는 “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어 불편했는데,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는 트램이 생긴다니 좋다”고 미소 지었다.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은 울산시가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 추진하게 됐다. 올해 말까지 국비 281억 원, 시비 20억 원 등 총 426억 원이 투입된다. 실증 중인 트램은 2029년 개통 예정인 울산도시철도 1호선(태화강역 ~ 신복로터리구간 총연장 10.99km 규모)에 적용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로 운행하는 수소전기트램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안전에 중점을 두고 친환경 글로벌 스탠더드의 모범 사례이자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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