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보업체들이 국내 언론사로 행세하며 '친중·반미' 콘텐츠를 작성, 유포해온 사실이 국정원에 포착됐다. 국정원은 13일 '중국의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악용한 영향력 활동’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언론홍보업체 2곳이 수십 개의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를 개설해 기사를 국내에 유포해왔다고 공개했다. 중국 홍보업체들의 이러한 여론 교란 행위가 자국에 대한 빗나간 애국심의 발로로 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각별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하이마이(Haimai)’와 ‘하이쉰(Haixun)’이라는 이름의 중국 홍보업체는 다양한 국가에서 언론사 대상 홍보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서울프레스, 부산온라인, 대구저널, 한국경제타임스, 월드뉴스와이어 등 38개 국내 언론사를 거론했으나 한국엔 존재하지 않는 가짜 언론들이다. 두 홍보업체가 거론한 국내 언론은 지역언론이나 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처럼 언론사 이름과 도메인을 가장하고 있으며, 모두 동일한 IP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 콘텐츠도 ‘한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득보다 실이 많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공조 성과’ 등 대부분 친중·반미·반일 성향 기사이고, 영향력 확산을 위해 엑스(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도 유포했다고 한다.
콘텐츠 성격은 물론이고 조직적 위장 행태로 봐서 이들 홍보업체 배후에 중국 정부기관이 있을 것이란 의심도 무리하지 않다. 국정원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 국무원 산하에서 정보부서 기능을 하는 국가안전부 소행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여론 교란 행위는 범법인 동시에 주권 침해인 만큼 정부 당국은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 중국 당국에 엄중 경고하고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과거 러시아나 중국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 등에 비춰, 다양하고 광범위한 여론 교란 행위를 통해 우리 선거에도 개입하려는 개연성이 적지 않은 만큼 민관의 엄격한 감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