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발전소가 필요하다

입력
2023.11.14 19:00
25면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 본다.

정부는 올해 1월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서 폐쇄 예정이던 12기의 기존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들의 용량은 13.3기가와트(GW)에 달한다. 따라서 당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에서 밝힌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중 25.0%는 32.8%로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게다가 현재 수립 중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서는 원전의 대거 추가 건설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발전단가도 매우 낮은 장점을 가진다. 특히 원전은 날씨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나 국제 에너지가격에 출렁이는 화석연료에 비해 에너지 안보 확보 측면에서 우수하다.

하지만 원전도 단점을 가지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하며 이를 적절하게 영구 저장할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한빛 원전은 2030년이면 발전소 내 저장시설이 포화되지만, 건설에 37년이 걸리는 고준위 방폐장은커녕 건설에 10년이 걸리는 중간저장시설의 부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출력 조절이 여의치 않은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니, 올해부터 일조량이 풍부한 봄과 가을의 주말이나 휴일에는 전기의 과잉 생산으로 정전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서 올해부터 봄과 가을의 주말 및 휴일에는 천연가스 발전소를 끄거나 출력을 크게 낮추면서 전기 공급 자체를 줄이고 있다. 안전을 위해 출력을 낮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원전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원전은 한번 끄면 다시 켜는 데 3일이 걸려 수요가 늘어나도 즉각적 전력 공급이 어렵다.

결국 앞으로는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 출력을 대폭 낮출 수 있는 발전소가 늘어야 하는데, 원전과 태양광 모두 여기에 부합하지 못한다. 따라서 원전 및 태양광을 동시에 대폭 늘리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인접 국가와 전력계통이 연결되어 있어서 전기가 남을 때 수출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와 관련해서는 수출도 수입도 불가능한 섬 국가다. 결국 원전과 태양광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국가의 전력공급 시스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따라서 원전과 태양광을 보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연성 전원인 천연가스 발전도 동반해서 늘려야 한다.

게다가 원전과 태양광은 전기의 주된 수요처인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입지하기에 다수의 송전탑 건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수요지에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입지 가능한 것은 천연가스 발전소가 유일하다.

특히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기에 효율적이라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으며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탁월한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 분당, 일산, 판교, 위례, 하남, 안양, 부천, 김포 등 수도권 도시들에는 예외 없이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가 건설되어 있다.

요컨대, 전력 섬 국가인 우리나라는 원전 및 태양광이란 경직성 전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되며 유연성 전원인 천연가스 발전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수요지에 입지하여 송전탑 건설 갈등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열병합 천연가스 발전소를 우선 늘리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발전원 믹스를 추구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