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키워드는 '보은 인사'였다. 야당은 대학 동기(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문제 삼는 동시 이 후보자의 보수적 판결·결정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러나 여당은 "결격사유가 없다"며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이 후보자를 상대로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집중 추궁했다. 이수진 의원은 "잔여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아 내년에 다시 헌재소장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행정력 낭비"라며 "윤 대통령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개인적 인연에 더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주심을 맡아 기각 결정한 것에 대한 보은인사"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위원들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인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범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검사일 때 청구한 '현대차 비자금 사건' 관련 구속영장을 이 후보자가 기각한 것을 언급하며 "동기동창이라고 특혜를 받아선 안 되지만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옹호했다. 이 후보자는 "재판 독립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소신을 갖고 일해왔고, 그 이상 중요한 덕목은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기각 △교원 정당가입금지 합헌 △MBC 노조 부당전보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가사도우미 퇴직금 제외 합헌 등 판단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동안의 판결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헌법의 제1명령인 민주공화제 원리가 혹시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보수적이라고 인권과 기본권에 소원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영장주의(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가 법에 들어온 것이 보수정부 때"라고 강조했다. 지속되는 지적에 이 후보자는 "보수인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라고 해서 약자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보다 국가나 사회 이익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점들이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향후 좀더 폭넓게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판관 임기가 11개월 남은 것 관련 논란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관례에 따라 잔여임기만 근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이후에 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국내 헌법재판관 임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얘기는 외국 회의에 가면 늘 듣던 이야기"라며 "헌재소장 임기가 10개월, 11개월 되는 것은 굉장히 짧다는 생각"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2018년 헌법재판관 임명 때 불거졌던 위장전입 문제도 재점화됐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위장전입으로 공직후보자에서 사퇴하거나 낙마한 경우가 많은데, 동일한 불법을 저질렀지만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사퇴 의사를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과거 위장전입이 있었던 점은 사과한다"면서도 자진 사퇴 의사 여부엔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가 아파트 매매와 재건축 등으로 약 34억 원 시세차익을 남긴 점도 언급됐다. 이 후보자는 "당시 법원 옆 가장 낡은 아파트를 매입해 20년 살다보니 재건축하는 바람에 시세차익을 얻게 됐으나, 결코 투기 목적 구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1989년 공안 사건 압수수색 및 관련자 연행에서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는 의혹엔 "사건이 기억나지 않으나 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법을 어겨가며 영장을 발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