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으로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눈에 띄게 맥이 빠진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중진의원 험지 출마 △김포 서울 편입 △주식 공매도 금지 등으로 논란을 자초하면서도 이슈를 쏟아내며 혁신과 정책 의제를 선점한 반면, 민주당은 이에 맞설 카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원내 다수의석을 앞세워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처리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 나서며 존재감을 뽐냈지만 '거대 야당' 프레임이 자칫 피로감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4개 법안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과 즉각적인 공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동권을 무력화시키고 언론자유를 짓밟는 것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검사 탄핵에 다시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이기는 하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수준에 그쳤다. 민주당이 내놓을 의제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당내에선 김두관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만 반응은 없다. 조 사무총장은 '중진 물갈이' 질문에 "그 문제는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 대표가 내놓은 3% 성장률 회복, 횡재세 도입도 여론의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탄핵이나 법안 단독 통과 같은 드문 일을 드물지 않게 만들어버렸다"며 "이슈 주도권을 가져온다기보다 중도층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강서구청장 보선 직후인 10월 2주 차(지난달 12, 13일 조사·16일 발표) 당시 50.7%에서 11월 1주 차(2, 3일 조사·6일 발표)에는 44.8%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0%에서 37.7%로 올랐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18.7%포인트에서 7.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다만 민주당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도권을 뺏겼다는 이야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뺏긴 게 아니고 국민의힘이 막 던지는 것이어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이) 민생 현안이라고 내놓는 게 아이들 공깃돌 놀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고, 총선이 앞으로 5개월 남아 있는데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포퓰리즘 이슈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총선 시기가 되면 국민의힘이 '양치기 소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반격에 나선다. 이 대표는 15일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를 집중 부각할 예정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6일과 18일 각각 대구와 광주를 방문, 여당의 '메가 서울' 구상에 맞서 국토 균형발전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