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에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규모 외곽 지원조직이다. 장 의원은 앞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한 '친윤석열계'의 핵심 인사다. 하지만 이처럼 지지세를 과시하며 '용퇴론'을 거부한 셈이다.
인 위원장이 3일 '당 지도부·중진의원·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희생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지 열흘이 지났다. 하지만 대상으로 거명되는 당사자들은 호응은커녕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거나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혁신위는 주중에 발표할 추가 혁신안에 '희생' 메시지를 재차 담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당장 무리해서 결단을 재촉하며 분란을 키우기보다, 혁신의 방점이 희생에 찍혀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12일 복수의 혁신위 관계자에 따르면, 17일 발표할 네 번째 혁신안의 핵심 주제어로 '희생'과 '도덕성'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한 혁신위원은 "1차 회의에서 희생을 혁신위 철학의 하나로 잡았는데 관련 내용을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도덕성, 공정성 같은 가치들을 함께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희생과 도덕성 강화의 틀 안에서 '음주운전·취업비리·입시부정 해당자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공천 '룰'로 분류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희생은 두 번째 혁신안에 이미 활용한 키워드다. 당시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를 포함한 4가지 의결사항과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용퇴 및 험지 출마가 담겼다. 자연히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같은 의제를 반복적으로 내세우는 건 희생 메시지의 중요성에 비해 반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장 의원의 지지자 동원에 앞서 당의 대표적 '영남 중진'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5선)은 8일 "서울로 가지 않겠다"며 혁신위 권고를 공개 거부해 힘을 뺐다.
다만 혁신위가 당장 불출마·험지 출마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며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 위원장은 10일 희생 결단을 요구받은 인사들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가 한창인 시점에 해당 의원들이 거취를 밝히는 건 이르다는 지적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혁신위는 핵심과제로 꼽히는 '당정 관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한 혁신위원은 "혁신위 내부에서도 중진 등이 물러난 자리에 대통령실 인사가 전략 공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발표한 3호 혁신안은 이르면 16일 최고위원회의 보고를 거칠 전망이다. '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 의무 배치',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등 청년층의 정치참여 확대를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