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척결 위해 도움 절실한데...대부업계는 사실상 '휴업 중'

입력
2023.11.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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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신규 대출, 작년 대비 30% 수준
조달비용 높아 대출 중단, 이용자수 급감 
'우수 대부업자'도, 은행 난색에 조달 난항
당국·지주 회장 회의, 지원방안 나올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저신용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서 벗어나 합법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근본 해법인데, 문제는 대부업체들이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데 있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NICE평가정보 기준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8월 말 신규 대출은 950억 원으로 작년 동기(3,066억 원)의 30% 수준에 그쳤다. 대부업권 신규대출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1만2,957명에 그치며 1년 전(2만4,955명)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업권의 신규대출이 쪼그라든 이유는 높은 조달금리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체 추산 조달금리는 연 8% 중반에서 9% 초반 사이다. 지난해보다 3%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대부업권 평균 대손율인 8~10%와 중개수수료 등을 합하면,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돈을 빌려주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부업체는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어 자체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크게 높지 않는 한 신규대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당국의 고민이다. "불법사금융 양형기준 상향"이라는 대통령 주문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출 수요 문제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부업계에서 요구하는 법정 최고금리 상향도 언감생심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여야 모두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하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또한 행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최근 3년간 위법 사실이 없으면서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이거나 '대출잔액 대비 비중이 70% 이상'인 대부업체에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허용한다.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통상 자금 조달 창구였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 신규대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대부업계도 최근 금융위원회를 찾아 우수 대부업자의 조달금리 인하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소극적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잔액은 1,45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2,100억 원) 대비 30%가량 줄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자라도 규모가 작은 회사의 조달금리는 연 6~7%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은행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도 적잖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16일 금융당국 수장들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 간 회의가 주목된다. 취약계층 지원 방안이 핵심 의제인데,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금융에서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내놓았으나, 당국은 이 정도론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우수 대부업자 제도 활성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저신용자의 자금 공급이 급격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신속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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