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했던 공매도 관련 개인과 기관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 출발선이다. 공매도 금지에 반발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민의힘은 이달 내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입법과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6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금지하면서 제도 개선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공매도 금지 이후 외신 등 외국인 투자자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외신은 "한국 정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공매도를 금지했다"며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조치로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사실상 불발된 것도 당정이 제도 개선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에서도 재촉하는 만큼,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개인과 기관 간 대주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사실상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규제가 불평등하다며 시정을 요구했는데, 당정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현재 공매도 상환 기간의 경우 개인은 90일이지만 외국인·기관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공매도 담보 비율 역시 개인은 120%이지만 외국인·기관은 105~120%로 차이가 난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 금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시장조성자와 LP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공매도 금지에 예외로 둔 만큼, 이들마저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비판해 온 외국인 투자자 설득 작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당국은 조만간 홍콩 등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을 만나 공매도 한시적 금지 배경을 설명하고,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전산시스템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매도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 한시적 중지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