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탄핵 철회·재추진'에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맞불

입력
2023.1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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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발의 하루 만에 '철회'… 이달 말 재추진
국회 민주당 손 들어주자 국민의힘 강력 반발
내달 2일 예산안 처리시한 준수에도 빨간불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재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다음 달 1일 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철회 요청을 결재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맞섰다. 탄핵안 재추진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 준수도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발의 하루 만에 탄핵안 철회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에서 전날 발의한 탄핵안 철회서를 제출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이 철회서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연이어 잡힌 본회의를 시기로 해 탄핵안 추진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탄핵안 철회'에 나선 배경에는 탄핵안 자동 폐기 문제가 있다.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되지 않으면 탄핵안은 폐기되면서 사실상 부결로 처리된다. 이 경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기국회(12월 9일까지) 기간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의제'가 된 의안은 본회의 또는 의원 동의를 받아 철회하도록 규정한 국회법 90조를 들어 민주당이 밝힌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가 민주당의 철회 요구를 수용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권영진 국회 입법차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관련 질문에 "오늘 12시 45분쯤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종 결심을 해서 철회됐다"고 밝혔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법 90조 관련 질의에 "법률적 미비인지 해석 차이인지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보고가 된 것이지, 의제로 설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탄핵안이 본회의 의제로 설정되지 않아 본회의 동의 절차 없이도 철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국회의장 상대 권한쟁의심판·가처분 신청"

국민의힘은 김 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탄핵안을 상정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동의권이 침해됐음을 이유로 김 의장을 상대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고, 정기국회 내에 같은 내용의 탄핵소추안을 상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까지 같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탄핵안) 내용이 부당하다"며 "(민주당) 마음대로 안 된다고 절차에서까지 이렇게 무리하면 국민께선 사사오입(개헌)을 떠올리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핵안을 철회해 준 국회 사무처 해석에 대해서도 "(탄핵안 효력은) 국회법에 안건 상정이 아니라 보고 때부터"라고 반박했다.

이동관 위원장도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민주당의 탄핵 시도에 대해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서 민주주의 제도를 부인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정치학자들은 그것을 바로 신종 테러라고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 주장에 열광하는 '트럼피즘'에 빗댔다.

예산안 처리 영향 불가피… 심사 지연 가능성

탄핵안 재추진을 둘러싼 여진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탄핵안 재추진 일정으로 잡은 30일과 12월 1일 본회의는 예산안을 법정처리시한 내에 처리하기 위해 합의한 일정인데, 국민의힘이 탄핵안 처리 저지를 위해 예산안 심사와 타결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30일(본회의)은 예산안 타결을 전제로 잡은 거라 타결 안 되면 그때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 처리하겠다고 원내대표가 수차례 말했다"며 "우리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배시진 인턴 기자
이다영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