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 계약은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그 자체가 무효”라며 불법 사금융 업자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라”고 유관기관에 지시했다.
지난해 8월에도 윤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법무부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등 9개 기관이 ‘범정부 TF’를 구성하고 단속과 처벌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9월까지 불법 사금융 범죄 검거 건수가 전년 대비 35% 증가하고, 구속 인원도 3.6배 늘어났다는 성과 보고까지 최근 마쳤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같은 지시가 15개월 만에 되풀이된 것이다. 이는 ‘불법 사금융 척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고금리 장기화로 취약계층 대상 경제범죄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특별 단속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며, 경제 상황에 그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단속 기간에 지인 연락처를 담보로 취약계층 3,600명에게 연 5,000%의 고리 대출을 하던 일당이 최근 적발된 것만 봐도 단속과 엄단만으로는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불법 대출 단속과 처벌 강화는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가 450만 명으로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이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는 서민 대상 정책금융 대폭 확대와 금융연체자 신용 회복 지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또 2021년부터 연 20%에 묶여 있는 법정 최고이자율은 최근 고금리 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와 연동해 변동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최고이자를 인상하면 취약계층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여지가 늘어나며, 불법 사금융 희생자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