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파업 첫날 운행률 그대로... '출근 대란' 없었다

입력
2023.11.09 17:51
업무협정에 따라 출근길 운행률 100%
다만 퇴근길 열차 일부 지연돼 불편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일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9일, 서울의 출근길은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혼잡 시간대 지하철 운행률이 기존과 같게 유지된 덕이다. 다만 오후 들어서는 한 때 벌어진 배차 간격과 궂은 날씨 탓에 일부 노선이 지연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파업엔 양대 노동조합 중 민주노총 소속 노조만 참여하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빠지기로 했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해 10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시한부 파업이다. 서울시와 공사는 파업으로 전체 지하철 운행률이 평상시 대비 82%, 퇴근 시간대엔 8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불참으로 운행률은 예상보다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출근 시간대(오전 7~9시)엔 노사가 체결한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라 기존 운행률이 유지돼 출근길 불편은 없었다. 1호선·4호선이 지나는 서울역과 하루 평균 환승객이 가장 많은 신도림역엔 "파업으로 정상 열차운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알림문이 붙었지만 출근길 모습은 여느 때와 같았다. 2호선·4호선이 지나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혼잡을 겪는 사당역도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사당역에서 이촌으로 출근하던 윤선임(61)씨는 "인파가 평소랑 같아 파업하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남영역 방면으로 향하던 차모(51)씨는 "아침엔 정상 운행이라길래 빨리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해처럼 이번에도 금방 결론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30일 6년 만의 첫 총파업에 나섰던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파업 하루 만에 협상을 타결해 파업을 중단했다.

만일에 대비해 역사 곳곳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야광봉을 들고 출구를 안내하거나 타고 내릴 때 사람이 쏠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제지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인파를 관리하던 이재호 서울역장(4호선)은 "역사가 혼잡해져 위험할까봐 새벽부터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번 파업의 원인이 '인력 감축'인 만큼 노조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7조 원 넘는 누적 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2,212명(공사 전체 13.5%)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창동역에서 서울역으로 출근했다는 최모(68)씨는 "워낙 일자리 얻기 힘든 세상이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중학생 김모(15)군은 "급식 아주머니들이 파업하는 것처럼 지하철 관계자들도 원하는 게 있으면 파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엔 운행률이 떨어지며 한때 열차 배차 간격이 벌어졌다. 서울역은 오전 9시~오후 6시, 열차 배차 간격이 기존 5분에서 7분으로 늘었다. "오래 열차가 지연되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달라"는 안내 방송도 나왔다. 매일 4호선을 타고 등교한다는 위수아(21)씨는 "(파업이 길어지면) 평소보다 계속 일찍 나와야 해 불편할 것 같다"며 "바쁜 시간대는 피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는 정동수(76)씨는 "아무래도 시민들이 제일 불편하지 않냐"며 파업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운행률은 퇴근시간인 오후 6~7시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올라왔다. 다만 오후부터 떨어진 빗방울 탓에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혼잡이 빚어졌다. 앞서 벌어진 배차 간격 때문에 제때 열차를 탑승하지 못한 이용객들이 퇴근길 인파와 뒤엉키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중구로 출퇴근하는 이모(33)씨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덜하지만, 평소보다 도착이 5~10분 정도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필수 유지 인력과 협력 업체 직원 등 총 1만3,500명을 투입한다. 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집중 배차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을 1시간씩 연장하고 시내 버스를 1,393회 증회 운영하기로 했다.

장수현 기자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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