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도 종이컵에 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때는 컵은 두고 갈 거라는 전제로 일회용컵 보증금을 뺀 가격을 받아야 하잖아요. 손님이 먼저 보증금 받지 말라고 할 수도 있고요. 그러다가 손님이 중간에 (음료컵을) 들고 나가면 보증금을 도로 내라고 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환경부가 일회용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 금지 정책 철회를 발표한 지난 7일, 세종시의 카페 점원 유모(23)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은 제주와 함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 지역. 이번 규제 해제로 그동안 테이크아웃 손님에게만 제공됐던 종이컵을 매장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보증금 부과 기준이 애매해졌다는 호소가 나온다. 유씨가 가정한 상황이라면 똑같이 매장 밖에서 음료를 마시는데도 누구는 보증금을 물고 누구는 안 물어 형평성 논란이 생기기 십상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축 및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원래 지난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려다가 환경부가 이해관계자 반발 등을 이유로 제주와 세종에서만 우선 시행하고 있다.
보증금제 대상에는 페트 재질로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플라스틱컵뿐만 아니라 종이컵도 포함된다. 카페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은 고급 용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코팅만 벗겨내면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보증금제 시행 이래 지난달까지 일회용컵은 475만6,011개가 반환돼 반환율이 46.1%였다. 이 중 플라스틱컵이 320만5,339개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으나 종이컵도 155만672개나 된다.
하지만 종이컵 정책 변화의 여파로 보증금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매장 내에서 종이컵 사용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해 일회용품 감축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8일 제주 서귀포의 카페 점주 최모(40)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손님이 몰릴 때는 매장에서도 종이컵을 줬는데 인건비를 생각하면 앞으로 더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임상준 차관은 7일 브리핑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대상인 프랜차이즈 카페 상당수가 이미 사회적 자발적 협약을 맺어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매장 내 종이컵이 허용돼도 보증금 문제가 불거질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 ‘가맹점 100곳 이상 프랜차이즈 업체’ 모두가 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을 맺은 업체는 커피 전문 브랜드 15곳과 패스트푸드점 5곳이다. 이들 업체가 사용한 일회용컵은 10억3,590만 개에 달한다.
환경부는 보증금제를 꾸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종이컵 사용 증가로 인한 부작용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가 7일 발표한 동아시아 지역 일회용컵의 환경영향 전과정평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된 종이컵을 1회 사용하면 45.2gCO₂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CO₂eq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가스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한 수치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국내에서 연간 사용되고 버려지는 종이컵이 37억 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자동차 6만2,201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라며 “종이컵 규제를 포기한 이번 방안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서 멀어지는 행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