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오후 6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 매장 앞에 차량 20여 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차 안에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 가져가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대기 줄이었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3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도 줄이 계속 늘었다. 매장 안은 손님이 10명 정도로 한산했다. 주차장도 널널했다.
매장에 들어가면 곧바로 주문할 수 있는데 왜 차 안에 앉아서 굳이 기다림을 감수하는지를 앤드류 첸에게 물었다. "글쎄요, 훨씬 편하니까요. 차에서 내려서 주문해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네요."
드라이브 스루 줄에만 사람이 몰리는 건 특정 매장만의 현상이 아니다. 외식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스에 따르면, 9월 미국 전체 패스트푸드 주문량 중 드라이브 스루 주문량이 60%가 넘었다. 올해 상반기 패스트푸드 드라이브 스루 이용 건수는 2019년 상반기보다 약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장 안에서 이뤄진 주문 건수는 47% 줄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팬데믹 유행기에 사람들은 차 안에 격리된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생일을 축하하고, 심지어 투표까지 했다"며 "이제는 ①더 이상 차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차 속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드라이브 스루가 미국 외식 문화의 '뉴 노멀'이 됐다는 것이다.
익숙해진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②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 게 근본적인 이유라고 본다.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연구하는 하트먼그룹의 사회과학자 쉘리 발랑코는 "드라이브 스루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NYT에 말했다.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은 젊은 세대일수록 두드러진다.
③팁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도 드라이브 스루로 향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자 미국에선 팁을 받지 않던 매장들도 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직원이 손님의 결제 과정을 빤히 지켜보며 팁을 안 줄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드라이브 스루 주문 과정에선 팁의 압박이 훨씬 덜하다.
④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이 편리하게 발전한 것 역시 큰 몫을 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모바일 사전 주문을 도입했다. 주방 위치를 드라이브 스루 주문 창 쪽으로 옮기고 차량 대기열을 확충하는 등 매장 구조를 바꾼 곳도 많다. 최근에는 주문부터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을 1초라도 더 단축하기 위한 기술들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미리 등록해 둔 안면 정보로 빠르게 결제할 수 있게 하거나(버거 체인 페어오스크버거), 모바일로 주문해 두면 매장에 도착해 사람 대신 컨베이어 벨트로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맥도널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