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용퇴 요구에 직면한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의원이 이번 주말 버스가 90대 동원되는 대대적인 지역구 외곽조직 행사에 참석한다. 세 과시를 통해 당 안팎에 건재함을 보이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8일 장 의원 측과 여원산악회에 따르면, 산악회는 오는 11일 경남 함양에서 산악회 출범 15주년 행사를 연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구(부산 사상) 외곽 조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산악회가 출범한 2008년은 장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의원 배지를 단 해로, 이번 행사는 장 의원의 정계 입문 15주년 의미도 담고 있다.
참석자 교통 편의를 위해 44인승 버스 90대가 동원될 예정이다. 회원 4,000여 명이 참석한다는 뜻이다. 대다수는 장 의원 지지자이다. 산악회 관계자는 "통상적인 산행 때는 버스가 30대 정도, 연례 출범 기념행사 때는 70여 대 정도 동원되는데 이번엔 유독 참석 희망자가 많았다"며 "체육관은 물론 운동장까지 통째로 빌렸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산악회는 장 의원과 별개 조직"이라며 "장 의원은 이번 행사에 오는 구청장, 구의원 등 지역 정계 인사 중 한 명일 뿐"이라고 거리를 뒀다. 장 의원은 행사장에서 대표 축사를 하기로 했지만 본보 보도가 나간 뒤 행사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껏 장 의원은 당이 어수선할 때마다 세를 과시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7월 이준석 대표 중징계로 대표직 유지가 불투명해졌을 때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러자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산악회 버스가 줄지어 선 사진과 함께 "1,100여 회원님들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자신과 함께 친윤 투톱으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과의 갈등설이 불거졌을 때도 버스 사진을 공개했다. 장 의원이 당권주자 가운데 권 의원이 아닌 김기현 의원을 밀어줘 '김·장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다. 당시 그는 버스가 늘어선 사진과 함께 "부산과 경남에서 버스 60대, 3,000여 회원들이 합천체육관에서 우정을 나눴다"고 밝혔다.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 일환으로 당 지도부와 친윤 핵심, 중진 의원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 의원은 김 대표 등과 함께 험지 출마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당 관계자는 "세 과시를 통해 다음 총선에서 현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국 용단을 내릴 것이란 견해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