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가라앉았던 한국 경기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국책연구원 진단이 나왔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미국 긴축 기조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은 커져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11월 경제 동향’에서 “서비스업 생산의 완만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했다고 평가한 3개월 전과 달리, 이번엔 두 달 연속 ‘완화했다’는 표현을 쓰며 한 발 더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각종 지표는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9월 전산업생산이 전월(1.3%)보다 높은 2.8%의 증가율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세로 반도체(23.7%)가 대폭 증가하며 광공업 생산이 3.0% 올랐고, 공장에 재화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나타내는 재고율도 124.3%에서 113.9%로 하락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550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1% 증가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KDI는 “여행 수요가 늘며 관련 서비스업 생산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고, 건설업 생산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관련 고용도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대외 여건이 변수다. KDI는 “미국 시장금리 상승, 중동 정세 불안 고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미국의 금리 상승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오르며 내수 경기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 계속되는 고금리에 상품 소비와 설비투자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 전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타며 98.1까지 떨어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 지정학적 긴장으로 확대된 국제유가의 변동성도 불안 요인이다.